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블랙이글스 명예조종사)

며칠 전 포털사이트에 ‘공군 전투기’가 검색어 1위로 올랐다. 그때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행 사고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스패이스 챌린지 지역 예선대회를 빛내주기 위한 축하비행의 사전연습을 시작하기 전, 블랙이글스가 기상문제로 로우(low)쇼를 하는 바람에 평소보다 항공기 소음이 컸던 것 같다.

공군과 소음은 숙명적 관계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 군(軍)이 북한을 비롯한 외부 적(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중, 육지, 바다를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 그런데 군(軍)이 보유한 전투장비 가운데 소음이 가장 큰 것은 제트엔진이 장착된 항공기다. 그렇다고 해서 공군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없앨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대전에서 전세(戰勢)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공군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 소음문제로 전투비행단을 딴 곳으로 이전하라고 하면 공군은 어디서 항공작전을 전개하란 말인가! 소음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인공 섬을 만든 후, 그곳에다 비행기지를 건설하는 수밖에 없다. 또 이번 대구기지 상공에서 펼쳐진 블랙이글스의 로우-쇼도 지역민과 에어쇼 관객의 안전을 위한 사전연습이었다. 따라서 지역민들의 따뜻한 이해와 성원이 필요한 문제였다.

블랙이글스는 하늘의 방탄소년단이다. 그들은 2012년 영국 에어쇼에서 세계 정상급 특수비행팀을 제치고 최우수상, 인기상을 휩쓸며 에어쇼의 절대 지존(至尊)이 되었다. 항공불모지 대한민국이 국산항공기(FA-50, TA-50, KT-1)의 수출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보여준 탁월한 조종기량과 항공기의 우수한 성능 덕분이다.

영국인들은 300m 상공에서 에어쇼를 해도 소음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또 전투비행단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요구도 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침략으로부터 영국을 지켜낸 전투조종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우리 전투조종사들의 비행정신 역시 그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항공력과 공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영국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부탁을 드린다. 공군이 주관하는 스패이스 챌린지의 지역예선이나 에어쇼가 개최되면 자녀의 손을 잡고 전투비행단을 방문해서 그것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박진감 넘치는 에어쇼나 전투기의 장엄한 비행장면을 가까이서 관람하면 항공기 소음에 둔감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녀들이 미래의 우주항공분야에 대한 꿈을 꾸며 전투기를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군참모총장에 취임한 원인철 공군대장도 블랙이글스의 고향인 ‘원주’에서 전투기 소리와 함께 생활하며 빨간마후라를 동경했던 청소년이었다. 공사(空士)생도, 국내 항공전문가, 공군지휘관들 가운데도 원인철 공군대장과 같은 분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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