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김일순 대전본사 취재1부장
대전 예술의 전당 김상균 관장
안전·전문·균형·신뢰 핵심가치, 조직 관리·대관 문제 달라져야, 노후화 장비·무대 개선 시급해
지역 예술인 활동 공간 넓힐 것

▲ 지난달 1일 제 6대 관장으로 취임한 김상균 대전 예당 관장이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 예당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충청권 대표 공연장인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은 올해 개관 16년차에 접어들며 시민들의 문화 향유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대전방문의 해 원년을 맞아 다양한 공연 콘텐츠로 지역을 홍보하고 있으며 문화도시 브랜드 정립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일 제 6대 관장으로 김상균 관장이 새롭게 취임하며 4대 핵심가치로 ‘안전’, ‘전문’, ‘균형’, ‘신뢰’를 꼽았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관장에게 취임 소감과 향후 운영방향을 들어봤다.

-관장의 자리에서 본 대전예당은 어떠한가.

“대전예당은 개인적으로 로망의 공간이다. 개관 준비할 때부터 지역 예술가로서 관심이 많았고, 초창기 멤버이기도 했지만 내게 예당은 단순한 직장의 개념이 아니었다. 그만큼 사명감과 애정이 많았던 공간이다. 세월이 흘러 관장이 돼 다시 와 보니 운영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시스템이 운영 초기보다 흐트러져 있다고 느꼈다. 이곳은 중부 이남권 공연예술의 메카다. 대전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 위상을 지키려면 현재 운영시스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 시키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관장 임기 동안 이를 개선하고 조직분위기를 쇄신하는 등 차근차근 목표하는 바를 이루겠다.”

-올해 '대전방문의 해' 원년이다. 관련 공연 계획은.

“이미 2019년 공연은 세팅이 완료돼 있는 상태인데, 일단 올해는 ‘방문의 해’를 타겟으로 한 공연은 없다. 다만 올해 기획공연 63건, 교육 차원의 공연까지 합하면 80건 정도 되는데 여러 지역에서 관심을 받는 퀄리티 높은 공연이 많다. 그 공연들을 대상으로 방문의 해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겠다. 내년도 ‘대전’을 소재로 한 창작품을 위해 추경 예산을 세웠지만 삭감됐다. 사실 공공 공연장이 완성도 있는 창작품을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예산 집행에 있어 회계연도를 지켜야 하는 한계가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대본이 핵심인데 최소 1년 이상은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이후 음악, 쇼케이스, 메인 공연 등 여유 있게 가려면 넉넉히 5년은 걸린다. 하지만 공공 공연장은 예산 집행의 문제로 급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하반기 추경이나 내년 본예산에 예산을 세우고 방문의 해가 마무리되는 2021년 이전까지 대전 브랜드를 다룬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올해는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하겠다.”

-최근 조직관리, 공연 질, 저작권 시스템, 대관 문제 등 대전예당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외부 만족도를 높이려면 내부 직원들의 소통이 원활하고 우선 직원들 간 신뢰도가 우선돼야 한다. 그간 잦은 조직개편으로 업무 향상성 및 지속성이 결여됐다. 관장이 바뀔 때 마다 본인의 업무 스타일대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해왔는데 일단 개편을 6개월 이후로 미루려고 한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직개편보다도 시스템 차원에서 업무를 체크하고 직원간 분위기 화합을 유도하겠다. 이를 기점으로 직원들의 전공과 역량이 제대로 파악이 되면 실질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개편을 진행할 생각이다. 그간 대전예당이 조직관리, 저작권, 대관 문제로 지적을 받았던 것은 결과가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정에 크게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결과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과정까지 모두 부정당했던 것이라고 본다. 조만간 수시대관 심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할 생각이다. 수시는 말 그대로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한 대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공연과 관련해서는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크게 관객층을 일반 대중, 음악 애호가, 새로운 잠재 관객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공공 공연장이 가져야할 지켜야할 것들이 바로 이 관객층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중화에만 쏠리면 지역예술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고, 공연의 퀄리티에만 신경을 쓰면 문턱이 높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대전예당이 할 수 있는 수준의 한 두 단계 위를 지향하겠다. 일반 대중들도 문화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겠다.”

-올해 대전예당 개관 16년차다. 점점 노후화 돼가는 무대 및 운영시스템을 개선할 복안은.

“취임사에 4대 핵심가치를 ‘안전’, ‘전문’, ‘균형’, ‘신뢰’로 잡았다. 대부분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공연장 경영에 있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공연을 유치·제작해도 인사 사고가 발생하면 끝이다. 무대 내부를 보면 그 시스템의 방대함에 다들 놀란다. 기계 장치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굉장히 많다. 무대 작업 역시 스케줄이 촉박하면 스텝들이 다칠 수 있다. 대전예당 무대 시스템 장비는 현재 상당히 노후화 돼 있다. 사용연한이 지난 기계들이 많다. 그나마 다행히 그간 시스템을 구축해 1년에 2번씩 3주간 외부업체와 계약해 무대 점검기간을 갖고 시스템을 관리한다. 현재까지는 큰 사고 없이 운영됐는데 이를 이어 가려면 근본적으로 노후화된 시스템을 교체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한 번에 리노베이션하기는 어렵다.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내년도 본예산 책정 전 대전시와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

-그간 대전예당과 지역 예술인 간 소통 및 상생에 대한 요구가 계속돼 왔다. 관장이기 전에 지역예술인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을 것 같은데.

“대전예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지역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다. 공공 공연장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에 맞지 않아도 좋은 공연이라면 유치 제작해서 지역민에게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최종 타깃은 시민이다. 지역예술가나 관련 단체가 아니다. 물론 지역이다 보니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예술가의 활동 무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고, 같은 기준이면 지역 예술인을 먼저 무대 세워야 하는 것도 맞다. 과거 예술가를 대우하는 것에 있어서 중앙과 지역에 차이가 컸다. 실력 차이 역시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예술가들의 수준이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 지역에서 중앙에 캐스팅 돼 연주·공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역 공공 공연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역 예술가를 우선해야한다는 것은 숙고해야 한다. 그러나 실력이 뛰어한 지역 예술가라면 중앙만큼 대우를 해주고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 지역 관객층을 유입하는데 있어서도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수년 째 답보상태인 '콘서트홀 건립안'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음악전용홀로도 표현하는데 2007년부터 최초로 주장해 왔다. 당시 예당 개관 5년도 채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일각에선 장르 우월주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여론을 형성해야 건립 필요성 인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전용홀은 비단 클래식 장르만을 위한 홀이 아니다. 예당만 봐도 장르별 비중을 따지면 클래식 장르 건수가 지난해 77%가 넘었다. 대관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추가 공연장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 다목적홀은 모든 장르 수용해 원활하게 활용하도록 한 공연장인데 건축 음향이 최적화 돼 있지 않다. 물론 타 지역에 비해 대전예당 아트홀은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사실 만족도는 떨어진다. 음악가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차이를 느낀다. 다목적홀은 연주자 기량을 100% 발휘하기 어렵다. 연주자의 만족도는 결국 관객에게도 전달이 된다. 77%가 넘는 클래식 연주는 음악전용홀에서 진행하고, 기존 다목적 홀은 종합 공연,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에 활용하면 대관이용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대전예당을 찾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예술 발전은 혁명으로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간혹 특강이나 시민들과 소통할 기회 있다면 한다. 오랜 기간 지역 예술가들을 토대로 서서히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과도기다. 예술이라는 공공재는 결국 습관에서 온다. 어려운 장르보다 쉬운 장르부터 시작을 하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보다 많은 시민이 예당 뿐만 아니라 대전의 많은 예술·공연 행사를 자주 접해 삶이 윤택해지고 문화 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대전예당 역시 시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