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서안 성벽을 오르는 단체관광객들.
꼭 30년이 되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는 우리 사회 문화와 풍습 나아가 의식과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여행자가 2018년 2869만 5983명을 기록했다는데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534만 명으로 거의 갑절에 이른다. 사방이 막힌 나라에서 해외문물을 익히고 견문을 넓혀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이런 문제점 저런 부작용이 늘 발목을 잡는다.

1989년 패키지여행 비용과 지금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당초에 너무 높게 책정했거나 지금이 덤핑이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이런 부조화가 패키지여행 비중이 줄고 자유여행으로 쏠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0년이 지나도 패키지여행의 구조는 유사하다. 항공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손님을 모으고 현지에서 이른바 옵션과 쇼핑으로 충당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이는 옵션의 과다와 품목이나 가격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쇼핑 상품으로 구체화된다.

'필수옵션', '전원 동의하에 진행'이라는 표현은 근래 눈에 띄는 문구인데 문자 그대로 고객의 자유 선택에 맡기는 옵션이라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필수 참여를 강제하는 부조리의 일단이다. 100달러가 넘는 옵션을 전원 참여해야만 진행한다는 조항도 옵션이라는 의미를 무색케 한다.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는 고객이 있을 경우 그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런 묘책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

현지 가이드 역시 관광지 설명과 옵션, 쇼핑안내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과다하게 얘기하는 풍조도 근래에 두드러진다. 손님과 안내자간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여 여행 기간 중 친밀감을 높인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만큼 관광지 소개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외국에 나와서 가이드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에 왜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감성소구를 통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마케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30년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는 패키지관광에서 만큼은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 전근대적인 쇼핑과 옵션 스트레스에서 고객과 업체가 모두 벗어나는 선진 관광 문화를 기다린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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