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둔산동에 제1호점 개점
외지은행 각축전 현상 심화
지역 자금 역외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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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DGB대구은행이 대전지역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다소 냉담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향토은행 부재 속 잇단 외지은행의 진출로 경쟁은 과열양상을 띠고 있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탓에 이들 외지은행의 낮은 지역 기여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1일 지역 금융업계와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달 30일 서구 둔산동에 대전지점 제1호점을 개점하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대전지점은 DGB금융그룹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DGB캐피탈과 인접해 있어 기능집약적인 영업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대전지점 인근에는 금융관련 점포가 상당수 몰려있는데다 각종 공공기관과 대단지 아파트까지 형성돼 있어 최적화된 금융권 밀집구역으로 통한다. 대구은행은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2월 기업영업추진 개별전문직 등을 모집하며 금융 컨설팅이 필요한 지역 중소기업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영업방침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또 지점을 구성하는 인프라도 대전 등 충청권을 연고로 한 인력을 적극 활용해 지역 친화적인 영업망을 확대, 향후 세종 등으로의 추가 진출도 노려본다는 게 대구은행의 복안이다.

다만 대구은행의 이 같은 영업전략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지역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2008년 전북은행을 시작으로 지역 내 외지은행 유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또다른 은행의 등장으로 ‘외지은행 각축전’ 현상만이 심화된다는 점에서다.

전북은행의 경우 현재 대전에 6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등 첫 진출 이후 지속 확장세를 보여왔으며, 2014년 문을 연 부산은행도 꾸준한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대구은행의 이번 합류로 대전에는 영·호남권 은행 점포만 8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결국 규모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고객을 재유치해야 하지만 접근 용이성이나 네트워크, 인프라 등에서 기존 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탓에 정착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외지은행 확대 움직임에 대해 지역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도 대구은행에겐 불리한 점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한 향토은행이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외지은행의 유입이 수월하게 이뤄져 왔지만, 외지은행의 지역 사회 기여도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외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외지은행들이 주력으로 내세워 온 기업체 금융상품 대신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 한정적인 여신상품만에 치중하면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연고지역으로 되돌리는 것을 막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한 상황에서 사실상 외지은행이 유리한 선점고지를 점할 수 있는 요소가 제로에 가까운 만큼 단시간 내 영업의 한계성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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