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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꽃과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에 하천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는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고 사시사철 쉼터를 제공하는 3대하천은 대전 시민 모두의 보배임에 틀림없다.

갑천을 따라 거닐다 원촌동 하수처리장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로 한번쯤 얼굴을 찌푸린 시민도 있었을 텐데, 지난 1월 환경녹지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 시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대전하수처리장은 공중위생 향상, 갑천과 금강의 수질보전을 위해 80년대 초 건설을 시작해 2000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하루 처리용량 90만t 규모로 증설되었다. 가동을 시작한 이래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대전시민의 생활하수와 분뇨를 처리하는 필수 환경시설로 자리매김 했다. 그동안 방류수질을 강화한 관련법 개정에 따른 시설 고도화사업과 하수도 자원화를 위한 슬러지 연료화사업, 메탄가스를 활용해 온수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자원화사업 등이 시행됐고, 하수처리장 여유 부지는 시민들의 생활체육시설(축구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로 무료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수처리장 주변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말 못하는 아픔도 숨겨져 있다. 급격한 도시성장을 경험한 도시들이 그렇듯이 넉넉하지 않은 예산, 초보적인 환경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이 시행되다 보니 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사업이 완료되었고, 시설주변 주민들은 매 순간 악취로 인한 불편을 감내하며 십 수 년을 생활하는 실정이다.

온종일 하수처리장을 관리하는 대전시설공단 임직원들의 불편도 마찬가지다.

급기야 2009년 지역 주민들은 피켓을 들고 시청 앞 광장에 모였고 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대전시 하수처리체계 재정립을 위한 연구’를 실시하고, 하수처리장 주변 여건 변화, 시설물 노후로 인한 유지관리 어려움, 향후 대전 북부지역의 개발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수처리장 이전 및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는 시정 목표를 정하고 그동안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등 행정절차를 차근차근 준비해 오고 있다.

최근 우리가 접하는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 10년 전 그저 편리한 전화기를 비싸게 산다고 생각했던 스마트 폰의 진화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고, 모든 이와 소통하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안방 윗목에 묵직한 요강을 두고 사셨지만, 아파트 주거문화가 시작되면서 사립문 옆 뒷간이 안방 곁으로 들어앉게 된 것은 그동안 환경 분야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대전에 살면서 '하수처리장은 냄새나는 시설' 이라는 선입견을 떨쳐 버릴 수 없었지만, 최근 건설된 광명KTX역 인근 안양새물공원, 용인시 죽전역(신세계 백화점) 인근 수지레스피아, 한강변 주택단지 인근 유니온파크 등의 건설사례는 공공하수처리장이 주민의 삶과 밀접한 생활편익 공간과 공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좋은 선례가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현재 대전하수처리장 이전 및 현대화사업의 분수령이 될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빠른 시일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그래서 갑천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더 맑고 깨끗한 환경을 누리고, 오랜 기간 불편을 감내한 시민들도 창문을 활짝 열고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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