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1700개 재래시장 중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곳은 육성하고, 회생이 어려운 시장에 대해선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의 활성화 방안을 어제 내놓았다. 국공유지 임대료 면제, 청년 상인 육성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재래시장을 현대화하거나 지자체 특성에 맞는 전문시장으로 육성키로 한 것은 경기침체와 대형 유통점 공세로 벼랑 끝에 내몰린 여건을 감안할 때 적합한 조치다. 하지만 재래시장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용도 전환이나 상권 축소 등의 방식으로 '퇴출'될 예정이라는 게 문제다.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기능이 상실했거나 쇠퇴한 시장은 용도 전환이나 상권 축소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하는 게 언뜻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재래시장은 유통기능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서민들이 인정을 주고받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민족 정서가 물씬거리는 그런 재래시장의 멋과 맛을 일체 생략한 채 정부가 나서서 경제적 잣대로만 재단해 무를 자르듯 존폐를 결정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 엊그제 나온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처럼 탁상공론 식이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는지 의문이다.?

재래시장을 일일이 심사해 회생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설령 구조조정으로 결론 내린다 한들 재래시장에 생계를 전부 내맡긴 상인 중 누가 수긍하겠는가. 건물주나 토지주에게는 그나마도 각종 특혜가 제공되겠지만 임차상이나 시장 노점상 대부분은 기껏해야 전세금 융자 등을 조건으로 하릴없이 내쫓길 지경에 놓였다. 이들이 반발하지 않을 리 없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에 재래시장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중요한 원인 제공자인 대형 유통점에 대한 조치가 일언반구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선후를 망각한 처사다. 대형 유통점은 현지 법인화와 지역 생산품 판매는 외면한 채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킴으로써 지역사회 기여에 대한 소임은 망각하고 있지 않은가. 재래시장의 활로는 대형 유통점과 공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해법부터 모색하는 데 있음을 재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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