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양성반응' 검사 결과·구속 결정타…朴 결국 19일만에 실토
어제 구속후 첫 조사부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 보여

▲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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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결백회견은 뭐였나…대중은 마약보다 거짓말에 분노

국과수 '양성반응' 검사 결과·구속 결정타…朴 결국 19일만에 실토

어제 구속후 첫 조사부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 보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기자 = "얼마나 억울하면 구속이 되고도 결백을 주장할까..."

배우 겸 가수 박유천(33)씨를 사랑했던 일부 팬들은 마지막까지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다.

박씨가 정말 마약을 투약했다면 자칫 '대국민 사기극'으로 몰릴 수도 있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까지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경찰수사 결과를 뒤집을 드라마 같은 반전은 없었다.

결국 이번 '마약스캔들'의 주인공격인 박씨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함으로써 한편의 '서스펜스'처럼 진행되던 이번 사건은 국민과 팬들에 대한 어이없는 '배신극'으로 막을 내렸다.

박 씨가 늦게나마 진실을 말하게 된 데에는 박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양성반응' 검사 결과와 법원의 구속 결정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박 씨는 경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부터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백을 주장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 속에 자신이 황하나(31)씨와 함께 마약을 한 사람으로 지목되자 과감히 결행한 회견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도둑이 제 발 저리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17일 경찰에 처음 출석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 성실히 조사받겠다"며 미소를 짓기도 하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보이기도 했다.

박 씨는 이튿날 경찰에 2차 출석해서도 전 연인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 씨의 부탁을 받고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했을 뿐 마약을 구매하거나 투약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당시 경찰은 박 씨가 마약 판매상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은 확보했지만 투약의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경찰과 박 씨의 줄다리기가 경찰 쪽으로 급속히 기운 것은 지난 19일 박 씨에 대한 국과수의 마약 반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서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를 숨긴 채 지난 22일 박 씨를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했고 이 자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자 다음 날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그러나 국과수 검사 결과가 알려진 뒤에도 변호인을 통해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놨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국과수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판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국 박 씨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6일 구속됐다.

국과수 검사 결과와 함께 법원의 구속 결정은 박 씨에게 큰 타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전날 구속 후 첫 경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대로 혐의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3시간 만에 조사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 결정으로 박 씨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보였다"며 "원활한 조사를 위해 다음에 다시 진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씨 변호인도 "사실관계를 좀 정리한 뒤 다음 조사 때 다시 진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날 오전부터 다시 조사가 시작됐고 박 씨는 결국 그의 표현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박 씨는 이날 조사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그동안 혐의를 부인한 이유를 밝힌 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처음 혐의를 부인한 지난 10일 기자회견 이후 19일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자신이 이룬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혐의를 부인해온 것 같다"며 "여죄 등을 수사하고 이번 주 내로 박 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한때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던 스타였다.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마약에 손을 댄 것은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정직한 태도로 임했다면 상황전개에 따라 일부 동정을 살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의 혐의 인정 소식을 전한 뉴스 댓글에는 거짓말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박유천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마약투약 혐의 인정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e5cdqfOe8NQ]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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