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무거운데 코미디 연기…개연성에 대한 고민 많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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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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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열혈사제2'? 시즌1 배우 하나라도 빠지면 안 합니다"

"주제는 무거운데 코미디 연기…개연성에 대한 고민 많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종영한 SBS TV '열혈사제'는 최종회 시청률 22%로 높은 화제성을 누리며 막을 내렸다. 톱스타가 줄줄이 나오는 드라마도 시청률 10%도 넘기기 힘든 요즘, SBS가 올해 들어 새롭게 편성한 금토 드라마 첫 주자로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배우 김남길(38)은 국정원 특수요원 출신으로 알코올 의존증에 독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가톨릭 사제 김해일 역을 맡아 코믹 연기와 액션 장르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을 이끌어간 일등공신이었다.

29일 오전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유쾌하기만 했던 드라마 분위기완 사뭇 다르게 진지한 말투로 "코믹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코미디라면 모를까, 김해일 입장에선 이영준 신부님(정동환 분)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있는데 코미디를 극에 집어넣어 관통시키기가 어려웠어요. 아버지 같은 분이 죽었는데 주인공인 제가 이렇게 웃기면서 코미디를 지향하는 게 개연성이 있는가…. 그런 부분에서 배우와 작가 사이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니까 죽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고,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식음을 전폐하고만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이밖에도 극 중 버닝썬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라이징문' 설정이나 드라마의 사회 고발적 성격에 대해서도 박재범 작가와 생각을 달리했지만, 김남길은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제작부-연출부-배우들이 치열하게 드라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의견 차이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의외로 액션이 들어간 장면보다 구대영(김성균)과 차 안에서 평범하게 대화 나누는 신(scene)을 꼽았다.

"대영이 해일에게 '왜 이렇게 경선(이하늬)에게 잘 해주냐, 기회를 많이 주냐'라고 묻자 해일이 하는 대사가 좋았어요.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 이 대사야말로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그때야 들었어요. 그전까진 '이 드라마는 패러디의 향연인가, 이 신부님의 죽음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했는데(웃음), 이 방향이구나 했죠."

그는 '열혈사제' 김해일이 배우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라는 세간의 평가엔 "아직 보여드릴 게 더 많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지금까지 맡았던 다른 캐릭터보다 해일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얌체 운전이라거나, 지하철 내린 다음에 타야 하는데 문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간다거나….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 때 서로에 대해 배려나 이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런 게 없을 때 '발끈'하는 것 정도가 해일과 닮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다고 해서 착한 건 아니에요(웃음). 자연인 김남길은 굉장히 이기적이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인 것 같아요."

주먹을 휘두르는 사제 캐릭터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데 대해 김남길은 "해일의 공격적 성향, 욱하는 성격에 대한 표현이 걱정됐다"며 "소록도에 오래 계신 신부님께 개인적으로 그에 대해 여쭤봤다"고 입을 열었다.

"예전엔 신부님들이 인권운동에 앞장서서 싸우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을 막 때리는 것도 아니고, 정의와 관련된 폭력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죠. 열혈사제이고 싶었다는 신부님도 계셨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배우들과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돌이키면서 "시즌2는 시즌1에 출연한 배우들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하기로 했다"고 얘기했다.

"'열혈사제' 배우들은 제 필모그래피 안에서는 최고의 배우들이지 않았나 싶어요. 두 번 다시 이런 배우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열혈사제' 시즌2가 확정돼서 간다면 시즌1 배우들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할 생각입니다. 제작진은 아직 아무 얘기 안 했는데 저희 배우들끼리는 이렇게 합의를 봤어요(웃음)."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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