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고용 없는 성장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해 기술창업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기술과 아이디어, 사람이 융합되어야 한다.

지난 26일 충남대에서는 팁스(TIPS) 타운 및 스타트업타운 활성화를 위한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핵심주제는 산학연관 연계협력을 통한 창업환경 조성이었다. 혁신 생태계를 위해 지역사회, 지역기관, 지역대학 등 지역 혁신주체의 역할이 강조됐는데,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의미 있는 3가지 주제가 토론됐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선 유네스코의 요슬란 박사는 유네스코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중요성을 소개했다. 핵심내용은 개도국을 대상으로 교육훈련, 기술적 지원, 기업가정신 교육, 자금연계 등을 지원해 주고 있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의 융합과 디지털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고 있다. 즉 기술간 협업, 스타트업 기업 간 네트워킹, 교육 및 코칭의 조직화 등을 강조했다. 일본 나가사키 대학의 차상용 교수는 스타트업 타운을 위한 후쿠오카의 도시 재상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지난 10년 동안 낙후됐던 후쿠오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맞게 재설계하여 지역 대학, 지역 기반시설, 지역 기업, 지역 커뮤니티 등과 협업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유니콘 기업의 거점 역할로 변화됨을 소개했다.

이준배 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현 정부의 벤처혁신 방안을 통해 액셀러레이터가 벤처 인증 기능, 벤처투자조합 GP 기능, 컨버터블 노트(우선 투자하고 성과가 나왔을 때 전환가격을 결정하는 전환사채)방식의 투자 기능 등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요즈마 펀드 창업자 이갈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만약 싸이월드, 아이리버, 네이버 등이 처음부터 글로벌로 나갔다면,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타트업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이번 국제포럼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혁신주체의 역할과 민간주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공기술을 활용하여 대전시가 창업 전진기지로서 국가 성장 동력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면, TIPS타운과 스타트업타운의 완성은 관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창업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심지어 미국 센트럴파크보호재단도 재정지원을 하는 뉴욕시로부터 독립하는 협정체결을 통해 자체 운영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원에 몸담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대전시가 스타트업 타운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출연연과의 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사람, 자금, 판로 등이다. 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의미있는 스타트업타운 조성을 위해 몇 가지 조언코자 한다.

첫째, 정부출연연 연구인력 활용이다. 25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 연구 인력이 약 2만명 정도이고 3년 이내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인력만 약 12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한 퇴직 연구자를 사장시키지 말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또 현직 연구자를 파견 받아 활용한다면 기술인력 문제로 인한 애로사항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둘째 정부출연연 기술 활용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십 만 건의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출연연 내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효율성을 따져보면 출연연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TLO라는 기술사업화 전문부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 발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기업간의 네트워킹 및 각종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출연연 시설·장비 활용이다. 스타트업기업에게는 기술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출연연에는 수십 만 개의 범용·특수장비 및 시설 등이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정부출연연구원의 문을 두드리기만 한다면 기술·인력·장비·정보 등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창업지원 플랫폼 역할을 출연연이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혁신생태계 조성과 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출연연구원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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