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언쿨하고 발칙한, 속물적이고 사실적인 사내 연애!

은행이란 공간은 말없이 존재하는 배경인 동시에 모든 말들의 배경이기도 하다. 교환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이 이뤄지고 선택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은행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랑도 환전이 되냐’는 농담 섞인 표현은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건 아니었던’ 주인공들이 보이는 물질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준다.

연애할 때 인간은 어느 때보다 헐벗은 모습이 된다. 위선과 가식은 옷을 벗고 집착과 회한은 들러붙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회사 조직의 부조리를 묘사하는 냉정한 시선은 사랑하는 남녀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소설의 표면은 방황하는 연인들의 연애담이지만 그 이면은 설렘과 환희를 비롯해 자격지심, 열등감, 자존심, 질투, 시기심 등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 즉 사랑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들과 이별할 때 우리가 침묵하는 것들에 대한 재발견으로 가득하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연애의 생애 안에서 숨기고 싶지만 숨져지지 않는 우리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기란 조금도 어렵지 않다.

이혁진의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사진>’는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가장 보통의 사랑론이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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