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마을신문사 제 3대 최순예(44) 발행인 인터뷰

“돈도 안 되는 마을신문 왜 하나고요?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마을 민주주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마을, 학교,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내 일은 내 손으로 결정하고 싶다’는 직접 민주주의 요구가 뜨겁다. 지역에서 13년째 마을활동가로 일하며 ‘마을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앞장 선사람이 있어 만나봤다. 관저마을신문사 협동조합 제 3대 최순예(44) 발행인이다. 최 발행인은 올해 마을신문 활성화에 ‘올인’ 할 계획이다.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공동대표 직과 대덕품앗이 협동조합 이사 직 등 맡고 있던 모든 직책도 내려 놓았다. 마을신문을 시작으로 마을 공유부엌, 마을학교 등 공동체 회복을 이루겠다는 그녀의 미소가 천진스럽다.

- 관저마을신문사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2011년 11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매월 1회 신문을 냈는데 2014년 7월 제 30호를 찍고 발행비 부족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2015년 3월 제 31호로 복간한 후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했고 지난 2월 제 71호 신문을 무사히 발행했다. 재정 부족으로 신문사 존폐 위기가 많이 있었는데, 역대 발행인을 비롯한 마을기자들의 헌신과 마을 주민의 관심으로 신문사가 유지되고 있다”

- 마을신문 활동을 왜 하는지.

“13년째 마을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 스스로도 그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우선은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하고 좋다. 저는 근본적인 변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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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저마을신문 최순예 발행인
사회, 정치가 변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주어지는 것보다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고 ‘다르게 살기’로 결정했다. 엄청난 사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아보니 의미 있고 행복하다. (마을활동 등) 이걸 특별하게 보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다.”

- 마을신문은 어떻게 운영되며 마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현재 상근 기자는 없고 다른 직업을 가진 3명의 마을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인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청소년교육공동체 꿈앗이, 대전서구 청소년드림오케스트라, 관저종합복지관, 한살림관저지역위원회 등 5개 단체에서도 매월 신문에 활동 내용을 전해준다. 기존 언론이 마을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을신문은 주민 간에 소통을 늘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대안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 겨울에 마을신문을 보고 어떤 분이 고맙다는 손편지와 선물을 담은 상자를 신문사 앞에 놓고 가셨다. 나중에는 정기후원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분이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도 매월 5000원씩 후원해 주고 계신다. 너무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

- 어려운 점은 없는지.

“다른 공동체 활동과 마찬가지로 재정이 어렵다. 마을기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고 있다. 또 인쇄, 편집 등 신문 발행비가 매월 150만원 정도 드는데, 광고와 구독료(후원)로 겨우 충당하고 있다. 재정 문제가 해결되면 상근 기자도 둘 수 있고 안정적으로 신문발행을 할 수 있다. 올해는 대전시에서 미디어 지원사업 공모가 있어서 신청할 계획이다. 지자체에서 공모 형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단발성이라 아쉬움이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13년간 지속해 온 도서관 활동 등을 모두 내려놓고 마을신문에 올인할 계획이다. 마을부엌을 만들어 주민들이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모여 먹을 수 있게 하고 싶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나 직장인 등 어차피 밥 사먹으려면 돈이 드는데, 급식비를 내고 조리사를 고용하면 지역 일자리 창출도 되지 않을까. 마을학교나 마을주민회관을 만들어 공동육아도 해 보고 싶다. 마을공동체가 회복 되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을 활동가들이 생계 등의 이유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기본이다. 마을 안에서 의미를 실현해 가면서 밥벌이도 되면 좋겠다. 활동가들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자치구에서도 주민자치를 위한 민관 협력을 늘리고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은정 기자 ejl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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