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치권이 격돌 국면으로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어제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키로 합의했다. 여야 4당이 전날 있은 4당 합의안대로 추인함으로써 조만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극한 반발하고 있어 국회파행의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어찌됐건 중요 법안처리에 제1야당이 배제된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은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2, 3, 4중대를 자처했던 정당들은 부스러기를 주워 의석수를 늘려보려는 셈법에 급급한 나머지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의 기능을 내동댕이쳤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 장외투쟁을 벌인바 있다. 올들어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채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이 사사건건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극한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민생 정치는 실종될 판이다. 당장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 처리와 미세먼지, 강원 산불, 포항 지진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처리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간 국회 운영 과정을 복기해보면, 여야가 정국 파행에 대한 책임을 나눠서 질 수밖에 없다. 타결 방안 역시 정치권이 서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 법안 올 1월 임시국회 합의 처리, 권력구조 개편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 합의한 바 있다. 민심도 선거의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된지 오래다. 한국당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니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게 아닌가. 물론 이 지경이 되도록 정국관리를 한 여권도 책임정치 차원에서 책임이 크다. 법안의 본회의 처리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정국 타개를 위한 정치권의 용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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