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택 ETRI 지역산업IT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전자·통신·컴퓨터 분야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전부터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도의 인공지능-기계학습-딥 러닝 기술의 발전은 예상을 뛰어 넘어 경이로울 정도이다. 해마다 더 많고 놀라운 성과들이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필자는 연구자로서 놀라움과 동시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된다.

해당 핵심 기술들은 일반화가 잘돼, 어느 특정 분야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돼 가고 있다. 특히 이런 기술 중 많은 수가 공개(open access) 돼 많은 연구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개된 기술들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기술 종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개된 기술이 갑자기 비공개 돼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되는 경우와 해당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사용하는 경우에 그만큼 관련 연구개발의 수준도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기술을 직접 연구 개발하는 것은 오히려 세계적인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연구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내용을 공개하고, 서로 교류하며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 추세에서 잘 개발돼 있는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용하면 오히려 더 효율성 있게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또 대안이 되는 기술을 갖고 있으면 의존성에 대한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동시 다발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기계학습-딥 러닝 분야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른 기술들과 비교하여 눈에 띄는 차별성을 보여주기도 어렵기 때문에 현명한 전략과 함께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신 기술의 발전이 지금처럼 빠를 때는 1년이 아닌 몇 개월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도 크게 뒤처지기 쉽다. 따라서 세계의 최신 주요 기술에 대해서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좇아 가야한다. 자신이 처한 연구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그에 맞는 기여를 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요 기술을 직접 향상 시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일이지만, 그만큼의 인력, 연구비, 시간이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훌륭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는 것은 주요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연구 분야를 찾고,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은 필자가 국가 연구원으로서 늘 가져야할 목표라 다짐한다.

필자는 교통감시시스템 주 개발자로서 지난해 세계최대 영상보안학회(AVSS) 국제대회 첨단 교통감시분야 객체 검출 분야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IOSB 연구소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세계 1위라고는 하지만, 교통감시분야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소규모 분야라고 볼 수 있고, 2위와 큰 성능 차지가 나는 것도 사실은 아니다. 물론 더 많은 경쟁자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고 지금 다시 국제대회를 한다고 해서 똑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자로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생각과 연구개발의 방향, 추진 등의 프로세스 실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유수의 연구자들의 뒤를 좇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우리가 의미 있는 연구, 가치 있는 연구,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늘 도와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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