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가화1리 정해영 이장, 그가 마을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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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가화1리 정해영 이장, 그가 마을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 박병훈 기자
  • 승인 2019년 04월 16일 19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17일 수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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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피해 노인에 ‘새 집’ 선물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 활동도
13년째 사비로 ‘공부방’ 운영
“이장이 할 일, 칭찬은 무슨…”


[충청투데이 박병훈 기자] 몇 달 전 갑작스럽게 불이 나 팔십 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한 홀몸 노인을 위해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 연계, 주택 철거에서 신축까지 발품을 팔며 도와 준 이가 있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이자 옥천읍 가화1리 정해영 이장<사진>. 그는 같은 마을에 사는 김모 노인의 딸에게서 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는 그동안 각종 단체 활동을 하며 쌓아왔던 인맥을 총 동원해 화재현장 복구에 나섰다.

정씨의 총 지휘로 지역 업체인 강남건설에서는 며칠에 걸쳐 포크레인 작업을 하며 무상으로 주택 철거를 돕고, 국보환경에서도 폐기물 처리를 무상 지원했다. 매일 현장에 나와 작업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본인 일처럼 정성을 쏟는 정씨를 지켜본 군과 읍 행정복지센터도 폐기물 운반에 필요한 집게차를 지원하고 긴급화재복구비로 300만원을 내놓았다.

노인이 팔십 평생 몸 담았던 집이 한 순간 허물어진 자리에는 조만간 새로운 보금자리도 들어선다. 읍 소재 행복한 교회 오필록 목사의 소개로 신청한 대한예수교감리회 충북연회 희망봉사단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선정돼 이달 중 착공을 앞두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타들어간 집을 보며 앞으로 살길을 걱정했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앞 둔 노인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땐 정말 세상 다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정해영 이장을 포함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게 됐다”며 “기꺼이 내 일처럼 도와준 많은 분들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날이 꼭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 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옥천읍 가화1리 이장 외에도 정씨에게는 또 하나의 명함이 있다. 바로 사비를 털어 가화1리 마을회관에서 중학생 8명을 대상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마을 선생님.

2007년 이장 직을 처음 맡은 이후 동네 맞벌이 가정 학생들이 방과 후 탈선할 것을 우려해 마을회관에 모여 놓고 공부를 시킨 것이 어느 새 13년째가 됐다. 2009년부터는 지역에 있는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국내 우수 대학 출신 군인 3명이 참여해 수학과 중국어, 영어도 가르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문화체험의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위해 매년 역사 문화탐방과 수련활동을 떠나는 것은 물론, 같이 환경 정화활동까지 벌이며 학생들의 인성함양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이 가화1리 공부방을 거쳐 간 학생은 총 32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고교에 진학해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공무원에 합격한 학생들도 여럿이다.

그는 현재 사회인이 된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와 조그만 카네이션을 건네며 그 때의 추억을 재미 삼아 얘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정해영 이장은 “월·화요일에는 직접 역사를 가르치고, 수~금요일에는 군인 교사들을 직접 차에 태우고 오가야 해 단 하루도 마을에서 떠나 있지 못한다”며 “돈을 생각했으면 당연히 하지 못했을 일, 모든 것을 떠나서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자 마을 이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며 칭찬받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