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현 청주시 정책기획과 주무관

나는 일곱 살 아이를 둔, 내일 모레면 마흔을 바라보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청주시 공무원이다. 평소 아이와 노는 걸 좋아하고 가족과 함께 놀러 다니고 싶어 하며, 나의 생활을 일보다 우선시하는 워라밸 소확행 세대이다.

그런 내가 요즘 출근이 즐겁다. 우리 사무실은 공간을 혁신한 공유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요즘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이 부쩍 빨라졌다. 새로운 공간이라는 깨끗함도 있지만 매일 바뀌는 내 업무 공간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어디는 PC방 같기도 하고, 어디는 벌집 같기도 하고, 또 어디는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카페 창가 같기도 하다.

그 공간 중 어떤 컴퓨터에 앉아도 내가 쓰던 윈도우, 내가 쓰던 바탕화면이 그대로 컴퓨터에 나타난다. 클라우드는 내가 선택하는 좌석으로 모든 데이터가 어제와 똑같이 표시돼 어제 하던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공간에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내 옆자리에 앉은 직원을 모른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모르는 게임이 재미있듯이 짝꿍을 모르는 사무실은 내게 묘한 호기심을 준다. 매번 같은 사람과 앉아 생각이 매몰되는 상황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짬짬이 주고받는 대화는 기획이라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생각, 새로운 의견으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때 다양한 자료로 축적돼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주니 공유 좌석제에 감사하고 있다.

청주시는 본관 3층에서 1주일 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업무 혁신공간인 '비채나움(비우고 채우고 나눠 새로움이 싹트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클라우드를 기본으로 3개 부서가 공유 좌석제를 통해 혁신과 소통을 추구한다. 직원들은 사무실 입구에서 개인 인증 후 자리를 고를 수 있다. 벽을 트고 기존 T자형 자리배치 구조를 바꿨다. 책상 위 종이도 사라졌다. 지시와 보고 형식의 근무형태에서 벗어나 토론과 회의문화로 조직문화를 개선했다. 이제는 멀리 앉은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문서를 출력하고 다른 직원의 보고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빛의 속도로 관리자에게 달려가 보고하는 어제의 방식은 없다.

관리자가 자리에 있는지 몰라도, 누군가 보고하고 있는지 몰라도 전자 방식으로 보고하고 기다리면 된다.

혁신이다. 실무자부터 과장까지 같은 책상을 쓰고 있으니 권위적 요소가 사라지고 옆에 앉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소통이다.

관공서는 딱딱하고 계급주의적 색깔이 많이 담긴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자리 위치만 봐도 관리자, 중간 관리자, 실무자를 구분할 수 있다.

관공서와 혁신, 공무원과 협력은 안드로메다에서나 어울리는 단어들이었고 실제로 혁신과 소통이 부족하다고만 말하지 환경을 바꿔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어려운 걸 청주시가 한 번 해본다.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고 응원의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출근하고 싶은 놀일터를 만들기 위한 생각은 성공적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해군 제독이었던 그레이스 호퍼는 말했다. 그간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말은 바로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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