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지난 주에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공간'을 주제로 탐방을 다녀왔다. 전북의 초중고 각 한 곳씩과 광주의 청소년 시설 한 곳을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모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대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였다. 학교 건물이 안정감이 있었다. 건물이 사람을 위압하면 안 된다는 설계자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건물의 벽체가 황토 벽돌로 이루어져 있어 따뜻한 색채감을 주었으며, 친환경성 뿐 아니라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원형으로 설계된 도서관은 천장과 벽면에 창을 충분히 마련하여 햇빛이 잘 드는 구조였다. 도서관 가운데에 작은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등을 개최한다고 했다.

계단과 복도 등 자투리 공간에 탁자와 의자, 소파 등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설물이었다. 숲 속 전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둘러친 식당도 인상적이었다. 통상적인 급식소와 달리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하도록 돼 있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시골의 작은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새로 건축된 학교였다. 당시 근무하던 교사들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곳이라고 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깝게 설계되었다. 그래서 각 교실이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으며 복도는 곡선으로 휘어져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각 교실에서 실내의 복도를 통하지 않고도 바로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으며, 놀다 들어오는 아이들이 먼지를 털거나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전실 공간을 마련한 점이었다.

도서관도 마음에 들었다. 적절한 조명 뿐 아니라 변화감 있는 공간 구성이 좋았다.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은 밀폐 공간,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된 바닥 등에 호감이 갔다. 건물이 원형에 가깝다 보니 북쪽으로 배치된 실내 공간은 채광과 통풍, 에너지 활용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광주 중심가에 위치한 청소년 삶 디자인 센터였다. 옛 광주학생운동 기념관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건물 구조부터 소품까지 역사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 부러웠다.

생활목공, 시각디자인, 조리실, 살림공방, 소리작업장, 커뮤니티 공간 등을 두루 갖췄으며, 참여자가 중심이 되어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 작업자와 직원들의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접근성이 좋은 시내 중심이라는 위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공간 구성, 매력적인 프로그램과 인적 지원 역량 등으로 연인원 6만여 명, 청소년 3만 7000여 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했다.

비록 주마간산 격이었지만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낀 계기가 되었다. 학교 공간이 좀 더 교육적 가치와 활동을 보장해야 하고, 교육과정을 염두에 둔 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학생을 비롯한 구성원의 편의와 복지 공간이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금 과장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우리를 지배한다. 사람을 기르자는 교육을 하자면서 그간 교육 공간, 학교 공간에 대해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한 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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