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6년 개업한 파리 르 프로코프 레스토랑
동양권 음식의 종주국으로 중국을 꼽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메뉴와 식자재의 다양함과 긴 역사 그리고 전 세계에 포진한 중국식당의 양적 위압감으로 볼 때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거기에 3천 몇백 종류가 생산된다는 백주(白酒)가 결합되면 중국음식의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웍'이라는 주방기구에 재료를 넣고 이런저런 소스와 양념을 더해 높은 화력으로 단시간에 볶아내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지만 인종과 문화를 넘어서서 선호되는 파급력은 막강하다.

서양으로 넘어오면 프랑스 음식을 꼽는다. 오랜 역사와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리고 이 역시 와인과 어우러지는 이른바 '케미'는 프랑스 음식 명성의 한 몫을 차지한다. 식당을 지칭하는 '레스토랑'이라는 프랑스 어휘는 '음식물이 체력을 회복시키다. 원기를 돋구다, 먹다'라는 뜻의 동사 '레스토레'에서 유래한 명사인데 주로 궁정이나 귀족 집안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독립하여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일반화된 만큼 서양요리의 종주국으로 꼽을 만하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이탈리아 문화를 도입해 특유의 융합, 발전 능력을 더해 자신의 문화로 끌어들이는 프랑스의 오지랖은 음식 문화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중국음식점이 지구촌 거의 전부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프랑스식당은 수적이나 지명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 이미 곳곳에 포진한 이탈리아식당 그리고 근래 증가 추세에 있는 스페인음식점에 비해 숫자가 적다. 파스타나 피자, 리조또 같은 이탈리아 음식은 대중적 이미지에 조리가 간편할 뿐더러 각기 다른 입맛에 보편적으로 적응한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대중음식 메뉴인 부야베스, 코코뱅, 콩피 드 카나르, 뵈프 부르기뇽 그리고 포토푀 같은 음식은 조리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식자재 준비에도 상당한 노력과 신경이 쓰이는 점이 만만치 않다.

한식 세계화가 다른 한류 문화 확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뎌 보이는 이즈음 한식 진출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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