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어? 내 핸드백?" "잘 찾아봐" "분명 여기에 뒀는데..." "처가에 놓고 왔는지 모르니 전화해봐" "찾아봐도 없대" "그럼 혹시 집에?" "내가 치매야? 그것도 모르게." 추석연휴 장모님 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아내로부터 촉발된 사건이다. 이곳저곳 전화하고 집에 돌아와 확인한 결과 핸드백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서둘러 용암파출소에 신고를 하니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신고를 해야 한다"해서 가경지구대에 신고를 하고 다시 처가로 향했다. 딸은 휴대폰 위치 추적에 들어갔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휴대폰 위치를 찾았어요. 그런데 봉명동 00수산 근처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요." "알았어. 경찰이 다녀갔고, 과학수사대가 와서 현장 점검한다고 하니 계속 추적해줘" 자정을 넘긴 시각에 과학수사대가 와서 지문 채취와 몇 가지를 묻고 떠났다. 시간도 늦고 피곤하여 집에 돌아가던 길에 딸에게 전화를 하니 "계속 움직이던 휴대폰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한다. 현장을 확인하기로 했다. 딸이 보내온 위치에 가보니 원룸과 공터사이. 딸이 휴대폰 벨을 울리겠다고 해 어디선가 튀어 나올 범인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던 찰나. 폐업한 공업사 마당쪽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다가가 보니 휴대폰과 핸드백 안에 들어있던 지갑이 쓰레기더미 근처에 버려져 있었다. 112에 신고를 하니 봉명지구대에서 분실물을 수거해 갔다.

다음 날, 우리가 주차할 때 멀찍이서 지켜보던 동네 청년 집으로 장모님이 탐문 조사를 가셨다. 이후 핸드백을 찾아다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담당 형사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보니 갖은 이유를 대며 횡설수설했다. 담당 형사의 요구대로 그들의 주소와 인적 사항을 받아 보내주고, 경찰서에서 지문 채취를 위해 가져간 지갑과 휴대폰을 찾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며칠 후 청년은 아내에게 사과인 듯 보이나 비아냥과 협박의 느낌의 문자를 보내왔다. 불쾌감과 혹시 모를 보복의 공포로 한동안 아내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갑에 있던 현금은 챙기고, 카드 현금인출이 잘 되지 않자 버렸던 것이다. 아내는 은행 업무에 불편을 겪었고 다시 찾은 핸드백과 지갑은 사용하기도 싫다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넣어 두었다. 얼마 후 아내 앞으로 법원에서 등기우편이 왔다. 배상명령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에 배상명령신청서를 제출하고 한참이 지났으나 청년 쪽에서는 연락도 오지 않았고 법원에서 우편물이 또 왔다. 재판이 열린다는 것이다. 아내는 재판에 참석했으나 절도범이 나타나지 않아 재판은 연기되었다. 재판은 계속연기 되었다. 가해자 집에 어머니만 있어 우편물이 송달되지 않았단다. 우편물이 송달되지 않으면 '재판이 기각 될 수도 있단'말도 전해주었다. 그럼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 범인을 직접 잡고 분실물까지 직접 찾아 전해 줬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불편과 고통뿐이다. 범인은 동네도 어슬렁거리는데 우편물은 송달 안 되고 '이게 법이라면 차라리 법이 없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고관대작이나 좀도둑이나 똑같다. 재판을 지연하려고 고의로 법원 송달물을 받지 않는 것은 국가 법체계에 대한 모독이다. 강력한 법집행이 답이다. "이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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