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5주기 특집 인터뷰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이재은 충북대 교수

세월호참사 잊어선 안되는 교훈
문제점·원인 논의 매년 이어가
한국사회 새로 태어나는 기폭제
지역안전 책임지는 센터 필요해
강원도 산불 재난관리 기량 발휘
시스템 뒷받침이 진정한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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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오는 16일이면 전 국민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주년이 된다. 세월호 참사는 고속 경제성장속에 쌓여온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국민의 생명’이라는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국가와 그 사회는 구성원에게 부채감을 안겼다.

국가위기관리학회는 세월호 참사 후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해 왔다. 뜻을 모은 학자들은 100일 추모, 1·2·3·4주기 대회에 이어 12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위기관리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충청투데이는 국가위기관리학회 초대회장이자 학술대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인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학술대회의 의미와 세월호 참사의 원인, 대한민국 위기관리시스템의 현 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은.

“150년 이상 우리 사회가 잊고 살았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조선말기 외세의 침략 이후 한국 사회는 어려움에 빠졌다. 가난과 차별, 부조리, 부정부패 등 적폐가 사회 곳곳에 자리잡았는데 관행·문화로 인정하고 살았다. 이런 적폐가 세월호 참사 후 밖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이 눈을 떴고 이에 대한 분노가 최순실 사태를 밝혀낸 계기가 됐다. 적폐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서가 새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제 국민의 요구는 관료 사회를 넘어 생활 속 적폐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단계에 왔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재난·위기관리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냈고 한국 사회가 새로 태어나는 기폭제가 됐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과거 모습을 답습하는 부분도 있다. 위기관리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 정립되지 않았다. 또 전문성에 입각한 제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난관리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전문적 능력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여전하다. 다만 리더십 부분은 향상됐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관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이제는 재난관리업무를 독립부처로서 헌신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지방정부, 기초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역량도 키워야 한다.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는 센터가 있어야 한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에 있다.”

-학술대회는 어떻게 개최하게 됐나.

“세월호 참사 후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관련 학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월호 참사는 해피아, 교피아, 금피아 등 사회 각계각층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학자 역시 참사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다. 많은 부분에서 세월호 참사가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침묵했지만 참사를 잊어선 안 되고 교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학술대회를 시작했다. 100일 추모 학술대회를 개최해 참사의 문제점, 원인에 대한 논의 등을 했고 매년 학술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5주년 학술대회의 의미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분양소가 지난달 철거됐다. 분양소는 없어졌지만 세월호 참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세월호를 넘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의미로 ‘새로운 대한민국 재난관리 혁신과 성숙한 안전사회’를 주제로 정했다.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3만달러를 넘었는데 안전불감증은 아직도 30여년 전과 비슷하고 위험 사회의 형태를 갖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학자, 시민, 유가족이 힘을 모았다.”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불이익은 없었나.

“딱히 하지 말라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다. 해양사고 전문가를 초청하고 싶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위기관리 학자들이 호응해주고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행사장을 가득 매우는 믿기 힘든 일도 있었다. 또 시민사회단체, 한국정책포럼 등 많은 단체가 도와줘 학술대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의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다. 정부 대응은 적절했나.

“예상치 못할 정도로 전격적인 진화 작전이 나왔다. 신속한 부분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퇴임을 앞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 재난관리 리더십이 제 기량을 발휘한 모범적 사례다. 전국적인 소방역량을 동원해 짧은 시간안에 진화가 가능했다. 예전에는 산림청이 다른 부처에 헬기를 요청해도 다른 부처가 잘 협조 하지 않았다. 외청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위기관리 책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국가위기관리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다.”

-강원도 산불 대응을 봤을 때 대한민국은 위기관리 선진국 단계에 도달했나.

“아직은 아니다. 선진국 진입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정도다. 적절한 대응으로는 사실상 첫 사례기 때문이다. 자칫 더 큰 산불로 번질뻔했지만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하면서 부처간 이기주의가 해소되고 협력체제를 만들어 동원 가능한 물자, 인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위기관리의 모범사례로 삼을 만 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성된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산불은 리더십이 해결한 부분이 크다. 리더십과 함께 위기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재난대응 선진국을 이룰 수 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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