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효문화신문 명예기자<시인·평론가>

얼마 전 친구 부인이 작고해 당진에 갔다 왔다. 이제 나이 칠십. 1년 2개월 동안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세상살이를 마감했다. 돌아오면서 인생은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서 이 세상 소풍 끝내신 후 나에게도 많은 시련이 있었다. 그런데 이겨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산에 모신다'는 말이 맞았다.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제 정신이 아니었고,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해결해 줬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세월한테 고마웠다. 문상을 갔다 와서 아내가 곁에 있어 세찬 비바람도 이겨내고 있다 생각했다. 아내가 있음으로 해서 '행복의 호수'에서 늘 유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날도 아내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숙면을 취했다.

당진에 갔다 늦은 시각에 돌아오는 길 대전~당진고속도로 고덕IC에서 8㎞ 정도 들어가면 부모님을 뵐 수 있는 거리인데 그냥 돌아왔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는 완벽하게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의 크신 사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기저귀를 뗄 때까지 3000번 이상 기저귀에 똥을 싸고, 오줌을 싸면서 컸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찬물에 기저귀를 빨며 시린 손을 '호호' 불었습니다. 걸음마 배우는데 2000번 이상 넘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일으켜 주시고 다친 무릎을 '호호' 불어 주셨습니다. 그런 제가 후에는 달리기도 하고, 축구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연습이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노력은 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손수 행동으로 보여주시며 자식들을 가르쳤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동네 어른을 만나면 내려서 인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생산활동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이라 했다. 자식에게 투자해 부모가 얻는 것은 자식을 잘 키웠다는 보람 말고 또 무엇이 있겠나?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성 프란치스코가 말했다. 부모님 역할을 맡았던 여자(남자)는 죽지만, '부모님'은 창세기 이래로 한 번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영원한 부모상(像)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기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다.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살찌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 종소리를 들려주시는 분이 바로 부모님입니다.

효는 마음이 시키는 일이고, 불효는 세상이 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에야 깨달았다. 또 '살아 한 잔 술이 죽어 석 잔 술보다 낫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자주 찾아뵙고 안부 여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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