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전 치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누가 8부 능선에 근접했는지 여전히 안개 속이다.대전, 충남·북 살을 맞대고 사는 충청권 3개 시·도의 호남고속철 분기역 유치전은 총성은 없지만 포연이 자욱한 아이러니컬한 전장, 그 이면에는 줏대없고 서투르기 짝이 없는 정부가 똬리를 틀고 있다.국가정책 결정에 주책없이 호들갑을 떨고 나선 정치권의 행태도 선의의 경쟁에 찬물을 끼얹은 악재 중 하나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반은커녕 이제서야 불씨를 품은 채 관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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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제9차 추진위원회에서 분기역 선정의 최대 고비였던 평가단 구성방법을 확정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킨 대전과 충북만 한숨을 돌렸을 뿐, 제5차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한껏 부풀어 올랐던 충남은 불쾌감을 억누를 수 없다.

단초를 제공한 주역이 정부와 용역을 맡고 있는 국토연구원이다.

제5차 추진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6일, 위원들은 뒤늦게 테이블에 오른 75+30을 채택했고, 대전과 충북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국 16개 시·도 각 5명씩 추천, 80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하는 방안은 지난 1월 자치단체장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며 이를 무시한 결정은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이었다.

반면 75+30명은 기본 항목별 전문가 75명과 충청권 및 호남권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전하는 30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하는 새로운 안, 호남세를 등에 업으려는 충남에는 천군만마와 같은 최선의 길이다.

난처해진 건교부와 국토연구원은 3개 시·도의 사전 조율을 주문했고, 건교부와 국토연구원이 심판으로 동석한 5자간 협의는 공회전만 거듭하며 맞물려 열린 6∼8차 추진위원회를 소모적인 논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마치 3개 시·도가 과열경쟁을 벌이며 갈등을 유발하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잘못된 교통정리를 수습한 것이 죄라면 죄다.

그도 그럴 것이 평가단은 분기역 선정의 칼자루를 쥔 의사결정권자로 어떤 식으로 꾸려지느냐에 따라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잠깐 '한 배'를 탄 대전과 충북은 원안을, '나 홀로'가 된 충남은 제5차 추진위의 선택을 믿는 카드로 밀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건설교통부는 시·도지사의 합의를 존중한다면서도 방침대로 상반기 내 분기역을 선정하겠다는 어정쩡한 입장만 되풀이했다.

적어도 4월 6일부터 5월 27일까지 갈 길 바쁜 분기역 선정을 위한 작업은 생산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구석에서 떠돌았고 결과적으로 충청권은 이분을 강요받은 셈이다.

특정지역을 밀어주겠다는 정치권의 입김은 한뿌리의 삼형제를 흔들었고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평가단 구성방법이 확정된 만큼 상반기 중 분기역 선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항목별 가중치 설문조사가 마무리되고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중 적임자로 75명의 평가단만 구성하면 실로 오랜 시간을 끌어 온 분기역은 셋 중 하나로 낙점된다.

그러나 선정과 그후까지 험로가 도사리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충남이 평가단 구성방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지만 수용한다 하더라도 선정결과에 따라 개운치 않은 일처리를 재론할 여지가 남아 있다.

분기역 선정에 정치권의 개입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지만 그리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것도 그렇다.

대전, 충남·북 이해당사자들도 이제는 선의의 경쟁선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왜 대전이어야 하는지, 왜 충남이어야 하는지, 왜 충북이어야 하는지 처음 마음 그대로 당위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떠넘기기 급급한 정부에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주문하는 것이 어려울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총성없는 전장의 자욱한 포연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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