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人1色>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치열한 직장인의 삶 속, 밀려드는 업무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양식이 있다. 바로 커피와 맥주다.

점심시간 직장인들 손에는 언제나 일회용 커피잔이 들려져 있고, 퇴근길이면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맥주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감하곤 한다.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며 국내 맥주시장도 해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압도적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3억968만 달러.

수입 맥주에 자리를 빼앗긴 국내 맥주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당장 편의점만 가면 ‘4캔 만원’인 수입맥주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이렇게 소비자들이 질 좋은 맥주에 대한 갈증을 해외 수입맥주로 달래고 있을 때, 수입 맥주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있다. 바로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다.

“독일에 맥주의 도시 뮌헨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대전이 있다“는 인생의 목표를 가진 그는 오늘도 보리향이 물씬 풍기는 공주의 한 맥주 생산 공장에서 우리를 맞아줬다.

▲충청권에서 가장 먼저 맥주 공장을 세웠다고 들었다. 이곳에서 시작한 이유는?

-부여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생활한 저는 지역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맥주공장 자체는 넓은 부지 확보 관건인데,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진 끝에 공주에 공장을 세우게 됐다.

▲맥주사업에 뛰어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2003년 독일 뮌헨에서 처음 밤 맥주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 맛을 처음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타국에서 밤을 이용해 만든 맥주를 맛보고 그 맛이 잊혀 지지 않아 한국에 와서도 기회가 되면 이런 맛을 내보고 싶었다. 마침 그때 국내 맥주제조 관련 법안이 바뀌어 하우스맥주 제작이 가능해졌고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국내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편의점만 가면 일본 유명맥주를 집어 드는 게 현실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제도문제와 유통 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종가세에 의해 돌아간다. 지금 제도인 종가세 구조로는 수제맥주 가격은 내려가기 힘들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세금이 낮아져 자연히 가격도 안정되는데, 일부 언론에서 종량세에 대한 안 좋은 프레임을 씌운 탓도 있다.

▲브랜드 종류가 다양한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요 한 두개 브랜드만이 맥주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흐름은 어떤가?

-예전의 맥주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했다. 말 그대로 일정 규모를 충당하는 대형 기업이 아니면 맥주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허가가 안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서 이제 그런 규제가 많이 풀리고 있다.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소규모 기업이 많아졌고, 최근 yolo족, 1인 가구 등 소비자의 생활패턴도 바뀌다보니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도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예전엔 술을 마셔도 무조건 싸고 양이 많은걸 고집했는데, 최근엔 풍토가 바뀌다보니 하나를 마시더라도 질적으로 좋은걸 마시고 싶어 한다. 그런 문화가 최근 3년새 수제맥주가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인 이유다.

▲이 일에 종사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수제맥주는 국내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일반 맥주보다는 해외 수입맥주와 경쟁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일반 맥주 맛에 질려 퀄리티가 좋은 제품을 찾아 마시는 게 해외 수입맥주다. 그런 이들의 입맛을 국내 생산 수제맥주로 끌고와야 되는게 우리의 임무지만 아직까진 고스란히 빼앗기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아직까지 수제맥주 점유율은 1%정도다. 그런데 수입맥주 경우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타 국가에 비해 너무도 높은 수치다.

▲종량세 도입이 작년 하반기 검토되다 좌절됐다. 올해 전망은?

-생각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종량세로 전환이 매번 검토되고 있지만 일부 수입맥주 회사들이 “정부에서 4캔을 만원에 못 먹게 하고 있다”등 수입맥주를 비롯한 대대적인 맥주가격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 수입맥주 중 아주 저렴하게 수입하는 것들도 많고, 주세법이 개정되도 4캔에 만원은 충분히 가능하다. 거기에 현재 4~5천원 하는 수제맥주 또한 4캔에 만원도 가능해진다. 현재 주세법에서는 국내 수제맥주가 수입맥주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내 수제맥주는 수입 맥주와 비교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저렴한 수입맥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곳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되나?

-수제맥주 제조 면허를 가진 업체는 110개정도 된다. 수제맥주협회에 등록해 공식적인 브랜드를 갖춰 유통하고 있는 회원사는 40개 정도다.

일본의 경우 제조업체만 300개정도, 맥주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정도 된다.

대다수가 일본과 독일만 맥주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미국만 해도 자국 생산 수제맥주 점유율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자국민들이 자국 맥주에 대한 소비가 굉장히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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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수제맥주와 시판맥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점은 성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의 주요성분인 맥아가 5%이상만 함유되도 맥주라고 명칭 할 수 있다. 맥아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맥주는 맥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맥아 수치인 5%내외로 함유된 것이 보통이다. 나머지는 보리전분이나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로 대체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수제맥주는 100%맥아로 구성된다. 그렇다보니 자연적으로 맛이나 품질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수제맥주협회장으로서 종사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지?

-수제맥주에 대한 인지도를 늘리기 위해 현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제맥주 페스티벌을 대전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전에서 민간 주최 행사 중 관객동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 뜻깊은 한해를 보냈다.

이런 행사는 유통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수제맥주 대중화를 위해 아주 큰 통로역할을 한다고 본다. 특히 대전의 교통요충지로서 다양한 지역별 시민들을 불러 모으기 최적화된 도시다. 맥주 페스티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돼서 뮌헨이 맥주의 도시로 알려져 있듯 대한민국에는 대전이 수제맥주의 도시로 발전하길 바란다.

이런 행사들의 개최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주세 등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대표로서 목소리를 높여 나가겠다.

길금희 기자 goldenlad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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