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지나친 반일감정 자극은 우리에게 독(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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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지나친 반일감정 자극은 우리에게 독(毒)이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4월 09일 20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10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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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현 정부의 반일감정 자극은 도(道)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급기야 경기도의회가 도내 초·중·고교가 보유한 20만원 이상 제품에 ‘전범(戰犯)기업’의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한다. 일명 ‘일본 전범기업제품표시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그것의 통과여부는 미지수지만 그 소식은 벌써 일본인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다. 자충수도 이런 자충수가 없다.

세계화 시대엔 100% 일본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범기업이라는 일본기업도 그 주주는 세계 사람들이다. 어쩌면 한국인도 그 기업의 주주일 수 있다. 만약 그런 기업에게 전범기업의 오명을 안겨준다면 해당기업의 주주들은 한국과 국산상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좌파 꼰대들의 기막힌 무지(無知)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일본은 결코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전쟁이나 경쟁에서 지면 조용히 승복하고 말을 아낀다. 대신 패배원인을 곱씹으며 칼을 간 후 반드시 응징에 나선다. 그것이 일본의 특성이다. 몇 개 사례만 살펴보자.

일본은 갑신정변(1884년)때 청나라에게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10년동안 절치부심한 후 청일전쟁(1894년)에서 청나라를 굴복시켰다. 또 일본은 삼국간섭(1895년)과 아관파천(1896년)에서 러시아에 밀렸다. 그러나 10년 후 벌어진 러일전쟁(1905년)에서 그들을 완벽하게 격파했다. 그런 다음, 외세를 멋대로(?) 끌어들여 이이제이(以夷制夷)전술로 조선의 독립공간을 만들려던 고종의 외교권을 여지없이 강탈했다. 그것이 을사늑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미국의 원자폭탄 2발을 연이어 맞고 항복했다. 그들 얘기대로 미국에게 앗싸리(あっさり) 승복했다. 여기서 앗싸리는 ‘깨끗하게’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극미(克美)를 향한 비수를 가슴에 품었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품질관리로 명성이 높았던 미국의 수리공학자 데밍, 주란, 파이겐바움 박사를 모셔놓고 그들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받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시킨 것이 도요다의 간판(看板)방식, 자동화, JIT(Just-In-Time), 업무표준화였다. 일본은 그것을 무기로 1980년대 초 미국 경제를 초토화시켰다. 레이건 행정부가 1985년의 플라자합의로 엔화 가치의 인위적 상승을 도모하지 않았다면 미국 경제는 일본 경제에게 짓눌림을 당했을 것이다.

조국광복을 맞이한 지도 7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에겐 ‘왜 일제로부터 식민통치를 받아야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내부반성과 성찰이 없다. 오직 일제한테 당한 정신적 내상(內傷)을 칼(실력양성)이 아닌 입(반일감정)으로만 풀고 있다. 이러다간 곧 몽고에 대한 반(反)몽고감정도 대두될 판이다. 실력에서 밀릴 때는 분노를 감추고 내실을 다지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만 최소한 미래라도 보장받을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위안부와 강제징용자의 아픔을 보듬어주며 극일(克日)의 지혜를 슬기롭게 강구해나갈 때다. 어설픈 입은 치밀하게 준비된 칼에 의해 언제든지 베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