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국회 1년 진단과 과제

? 여야간 색깔공세·이념대결구도등 구태도 재현
? 지방선거 앞두고 정계개편·합종연횡 가능성도
? 북핵문제 해결·경제활성화 정책대안 마련해야

17대 국회가 지난 1년 동안 걸어온 길은 요철과 굴곡이 심한 험로였다.

지난해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17대 국회는 16년 만의 여대야소(與大野小) 국회이자, 급격한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재적 299석 가운데 187석을 초선의원이 차지한 '젊은 국회'로 국민의 큰 기대를 모았다.

또 민주당과 자민련 등 지역에 기반한 정당이 쇠퇴하고,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 이전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보-혁구도'가 불균형하나마 원내에 자리잡게 된다.

17대 국회 개원 당시 의석 분포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한나라당 121석, 민노당 10석, 민주당 9석, 자민련 4석, 무소속 3석이었다.

지난 97년 대선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도 요지부동이던 의회권력도 마침내 과거 만년 비주류 쪽으로 넘어가게 된 것.

이처럼 다양한 헌정사적 의미를 안고 출범한 17대 국회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성원을 받았고, 특히 초선의원들은 이전의 국회와는 차별화된 의정활동을 펼쳐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보이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5월 30일부터 지난 4월 1일까지 의원 발의 법률안의 건수는 총 1024건으로 정부 제출 법안 227건의 5배에 달했고, 16대 국회의 같은 기간 의원발의 법안 319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정책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와 공청회도 역대 어느 국회보다 다양하고 빈번하게 열렸다.

또 원내중심 정당 체제로의 변화가 이뤄졌고, 1인 보스와 당론 중심의 정치가 사라져 당내 민주화가 신장됐으며,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철거되는 등 권위적인 요소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춘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초선의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의욕과 '튀는' 언행은 종종 정책의 혼선을 야기했고, 국가적 중대사안을 다루는 경우에도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된 당론이 뒤집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당이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의 처리에 '올인'하면서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사위 회의장을 걸어잠그며 장기 농성을 벌이고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는 구태가 재현됐고, 여야간 몸싸움이나 해묵은 색깔 공세와 이념대결 구도가 재현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들어 여야에 실용노선을 표방하는 원내지도부가 들어서고 무한정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정기국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4·30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를 당하고 그 결과로 여당의 단독과반이 무너져 의석분포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면서 17대 국회의 기류는 또 한차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4·30 재보선을 통해 열린우리당 의석은 146석으로 줄어든 반면, 한나라당은 125석으로 몸집을 불렸고 민주당은 무소속 최인기 의원의 입당으로 두 자리 수인 10석으로 늘었다.

자민련은 류근찬 의원의 탈당으로 3석으로 줄면서 왜소함이 심화됐고, 무소속은 정진석 의원의 당선으로 5석으로 증가했다. 유일하게 총선 당시의 의석을 유지한 정당은 10석의 민노당이다.

17대 국회는 의석분포의 변화로 정국의 불안정성이 증대됨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계 재편이나 다양한 조합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함께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과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의혹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집권 3년차를 맞아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할 경우, 국회 내에서 여야의 갈등과 긴장의 파고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임기 2년차를 맞는 17대 국회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마련하며, 소득격차 확대에 따른 저소득층 보호 입법을 준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과제들은 모두 초당적인 협력과 대화를 통해 달성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여야가 얼마나 자제력과 포용력을 발휘하느냐가 17대 국회 2년차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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