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난 1월 배달앱 650만회
음식물쓰레기 용기째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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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의 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분리수거장. 음식물이 묻어 있는 쓰레기도 마구 버려져 있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이심건
"배달음식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매일 배달음식 쓰레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면서 배달음식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늘고 있다.

6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대전시 서구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오피스텔. 건물 입구에는 배달용 오토바이가 서 있고, 헬멧을 쓴 배달원들이 배달음식을 들고 분주히 로비를 오갔다. 오피스텔 뒤편에 있는 분리수거장은 아파트에 있는 분리수거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통이 따로 있고 플라스틱과 유리병, 고철 등을 모으는 분리수거함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유독 많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눈에 띄었다. 배달 음식이나 도시락 등을 먹고 버린 플라스틱 용기의 음식물 포장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20세대가 거주하는 이 오피스텔에선 입주민들이 먹다 남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짜장면이나 국물이 흐르는 떡볶이 등 먹다 남긴 배달음식을 용기에 담긴 채로 버린 경우도 있었다.

플라스틱 포장재에는 대부분 음식물이 묻어있어 재활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스티로폼 재질의 컵라면 용기도 포개져 플라스틱 마대자루에 담겨있었다. 컵라면 용기는 라면 국물로 벌겋게 변색돼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품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로 배달음식 이용자들이 늘면서 지난해 1월 한 달에만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 건수가 650만 회를 넘었다. 2000년 전체 가구의 15.5%이던 1인 가구 비율은 2017년 28.6%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날 다른 원룸과 오피스텔 지역을 둘러본 결과 먹다 남긴 배달음식 쓰레기를 담아 버린 일반 쓰레기봉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피자와 피클, 핫소스, 치킨, 도시락 반찬 등이 담긴 쓰레기봉투들로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서구의 한 오피스텔 경비원 박모(74) 씨는 "매일 배달음식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이모(55) 씨는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등을 구분해 버리지 않는 입주민들이 많아 지정된 장소에 두라고 하고 내가 직접 분류한다”며 “입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잘 안 해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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