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극심한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내놓은 저감 대책이 아파트 재도장 공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칠하는 분사 방식을 규제하고 방진막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품질 저하는 물론 공사비 증가로 인한 입주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아파트 도장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날림(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관리 강화를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비산먼지 발생 사업의 관리대상을 기존 41개 업종에서 45개 업종으로 확대하면서 공동주택 외벽 재도장 공사도 포함시켰다.

재도장 공사시 스프레이건(페인트 분사) 공법으로 건물 외벽을 칠할 때 날리는 잔여물도 비산먼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분사 방식의 도장 작업 시 비산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진막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병원이나 어린이집, 학교 등 취약계층 생활시설 50m 이내에선 붓이나 롤러방식만 사용해야 한다.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페인트 분사방식은 붓, 롤러방식보다 작업시간이 줄고 일정한 도막을 형성해 작업품질이 뛰어나 많은 업체가 활용하고 있다.

스프레이 작업 단가의 경우 ㎡당 643원인데 반해 롤러는 2397원으로 약 3배가량 높다.

건축법 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5년마다 외부 도장공사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스프레이 분사 방식 규제와 방진막 설치로 재도장 공사비가 증가하면 재도장 주기가 미뤄지고 이로 인한 외벽 콘크리트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붓과 롤러를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이 방식 역시 스프레이 분사 보다 더 많은 페인트가 화단에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도장업계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수성페인트들도 친환경 제품이고 고층에서 분사해도 떨어지는 과정에서 굳기 마련이다"라며 "오래전부터 분사방식을 규제하고 있는 신축 아파트는 롤러 작업으로 페인트가 화단에 떨어져도 상관없지만 이미 입주된 아파트는 이야기가 다르다. 엄청난 민원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현장의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입주민들이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인건비와 단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 장기수선충당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

부족한 장기수선충당금에 맞춰 도장을 진행하면 결국 외벽 수명연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 정모(46) 씨는 "정부의 취지와 방향은 공감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 태우는 격이 아닌가 싶다"며 "비산먼지를 최소화 하면서도 아파트 수명 유지와 입주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아파트 외벽 재도장 공사의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장 공사비용 증가로 공동주택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시행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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