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통해 쉽게 결제…점주들 "신분증 요청해도 업체서 거부"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술을 시키는 미성년자로 인해 음식점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대행업체가 수행한 월평균 음식 배달 건수는 3000만 건에 달한다. 2017년 2000만 건에서 1000만 건가량 증가했다.

대행업체가 이행한 건수는 월평균 발생한 배달 외식 건수 1억 6000만 건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까지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한 음식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조 7173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 늘었으며, 추세로 볼 때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27.2%)과 치킨전문점(17.9%)에서 배달대행 이용 비율이 높았다. 대행업체에 지불하는 월평균 금액도 50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주들은 배달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미성년자의 주류 단속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벌금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주류 판매를 포기하는 점주도 나오고 있다.

서구에서 야식집을 운영 중인 박모(46) 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선불 결제인 '애플리케이션 내 결제'를 사용하면 나이 확인 없이 결제 처리가 이뤄져 미성년자가 주류를 주문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차라리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하기 위해 주류 배달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하기 때문에 직접 대면해 확인할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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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점주는 배달대행업체에게 현장 결제 시 신분증 확인을 요청하지만, 배달대행은 신분증 확인 요구를 거부하거나 확인 절차를 하지 않고 있다. 배달대행은 음식점의 배달 서비스를 대신하고 상점으로부터 월간 회비와 배달요금을 과금해 대행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 중개 서비스'다.

치킨집 점주 이모(49) 씨는 “배달대행업체는 배달 건수별 수수료를 받고 있어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하기 위해 바쁘고 일손도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분증 확인 등의 부가적인 업무를 부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탁해도 대행업체에서 거부한다”라고 토로했다.

주위 경쟁업체나 부모가 미성년자를 통해 주류를 배달받아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영업정지를 시키는 등의 사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 미성년자 주류 판매 등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정작 주류 구입 당사자인 미성년자는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는다. 

배달대행업체도 단지 음식 배달을 중개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제외된다.

이 씨는 “미성년자의 주류 구입의 처벌이 점주에게만 쏠려있으면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배달대행업체의 이용이 늘고 있어 관련 법규가 현실에 맞게 재정비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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