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상 진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사

필자는 일선 소방서에서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대상으로 화재 시 대피요령, 소화기구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 소방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내 생명을 지키고 다른 이를 살릴 수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함과 벅찬 감정은 이 업무를 맡으며 가장 보람되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교육생들이 감사함을 전할 때 그 기분은 배가 된다.

하지만 매일 아침 각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 사고를 볼 때면 '저 분들이 소방안전교육을 받았더라면'하는 일종의 책임의식 때문인지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 연평균 4만 4000여건의 화재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를 한달로 따지면 약 3600여건이 되고 하루에 122건의 화재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매년 평균 1856명이 부상을 당하고 325명이 사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3년간 화재발생 건수는 줄고 있는 추세이나 전체 화재대비 인명피해 발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청은 최근 이러한 화재 인명피해 분석을 통해 소방안전교육 시 소화요령보단 대피 우선을 원칙으로 하는 소방안전교육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 키즈카페 등 다양한 신종 다중이용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요양병원 등의 재난약자(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이용시설이 증가하고 있어, 화재 시 자력대피가 어려운 재난약자들의 피해 증가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외국사례를 보면 아이들에게 소방안전교육을 할 때는 소화기 등을 이용한 초기소화요령은 알려주지 않고, 대피교육과 훈련만 실시한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 만약 화재가 발생해 아이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지 못했을 경우, 그에 따른 인명·재산피해에 대해 죄책감으로 더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도 재난약자가 증가하는 우리나라 사회적 흐름을 고려했을 때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방향이 옳다 생각하는 바이다. 소방안전교육도 사회적 흐름에 맞게 유연하게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집, 학교, 회사 등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생활단위 공간에서 화재에 대한 자체적인 대비·대응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화재 사망자 비율은 다른 비주거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가정에서도 가족들과 화재대피 계획 수립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식의 변화라는 것이 빠른 시일 내에 쉽게 이뤄질 수 없기에 '화재 시 대피먼저'라는 메시지를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와 지속적인 소방안전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주 노출시켜야 한다. 국민들의 귀와 눈이 익숙해지면 행동이 되고, 행동은 결국은 올바른 안전습관으로 이어질 것이다. 늘어가는 화재 인명피해에 피난 중심 소방안전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