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둔산한방병원 김영일 원장
개원 준비위원 출발해 원장까지, 환자 입장 고려·주인의식 운영, 직장인 배려 진료시간 탄력 조정
한의학의 과학화 위한 연구 지속

▲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김영일 원장이 취임 한달을 맞아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일순 기자
[충청투데이 김일순 기자] "치료와 경영을 병행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앞서 나가는 병원, 환자가 먼저 찾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김영일 원장은 ‘주인의식’과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강조하며 “고품격 고객 감동 서비스를 실현하는 병원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침구과 전문의인 김 원장은 병원에서 환자 치료 건수가 가장 많다. 남다른 침술로 뛰어난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기업체 대표와 고위직 공무원 등 이른바 ‘VIP 환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환자가 침을 맞기 위해 김 원장을 찾고 있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침술의 명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5일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제12대 병원장에 취임한 김 원장은 한 달 만에 환자들의 진료 수요와 편의에 발맞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해묵은 숙제를 과감하게 풀어내 경영인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침술의 명인에서 병원 경영의 달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김 원장을 만나 향후 운영방안과 중점 추진계획 등을 들어봤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소감을 밝힌다면.

“2004년 개원한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은 저의 개인적인 역사와도 일맥상통할 정도로 인연과 애정이 깊다. 둔산한방병원 개원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오랜기간 같은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온 만큼 저의 분신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병원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점에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무거운 중압감과 책임감이 압박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저를 믿고 맡겨주신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잘 되는 병원, 앞서 나가는 병원, 환자가 먼저 찾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듯이 개원 이래로 오늘의 병원으로 이끌어주신 선임 병원장님들과 병원의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는 교직원분들이 있어 든든한 힘을 얻는다. 이를 바탕으로 한발 한발 더 높은 미래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

-병원 운영 방안을 소개한다면.

“이른바 ‘라면의 법칙’을 기본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한다. ‘라면의 법칙’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라면’은 ‘내가 환자라면’이다. 환자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두 번째 ‘라면’은 ‘내가 개원한 내 병원이라면’이다. 내 병원, 우리 병원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역지사지와 주인의식이라는 두 가지 ‘라면의 법칙’을 기준으로 병원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또 그동안 대학병원의 틀에 얽매여 있다 보니 제한된 것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와 같은 틀을 과감하게 깨고 싶다. 조금 더 활발하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병원, 환자에게 능동적으로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탄력 진료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는데.


“만약에 내가 병원을 개원해 직접 운영한다면 환자들의 진료 편의를 위해 진료시간을 조금 더 늦췄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근무시간도 고려하고 다소 늦은 시간이라도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의 심정을 반영했다. 더구나 병원별로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야간진료를 하는 곳도 많다. 진료 시간이 오후 5시 30분까지라면 치료 받는 시간을 감안해 5시에 접수를 마감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개인병원이라면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진료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그래서 진료분야별 특성과 환자 여건 등을 감안해 오전 8시 30분이나 9시에 진료를 시작해 오후 5시 30분이나 6시에 마감하는 탄력 진료를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동료 선후배 교수님들과 교직원 모두 탄력 진료 취지에 공감을 해 주셨고, 시행에 동의해 주셨다.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탄력 진료가 안착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지난해 10월 제2의 도약을 선포하며 최신 의료시설 등이 확충된 지상 7층 규모의 신관이 문을 열었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밝힌다면.

“신관은 선택과 집중을 고려해 36년의 역사를 가진 대흥동의 대전한방병원과의 통합과 맞물려 그 전통을 계승하고 보다 더 쾌적한 진료환경에서 수준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문을 열었다. 미래의학을 대비하기 위해 최신 의료장비를 대폭 확충했고, 두피센터, 여성의학·비만센터 등을 새롭게 개설했다. 이에 따라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은 149병상과 대학 한방 암센터인 동서암센터를 비롯해 뇌신경센터, 통증재활센터, 통증척추센터, 소아청소년센터, 신장내분비센터, 호흡기면역센터, 심신의학센터, 미병센터, 안이비인후·피부두피센터 등 모두 11개 한방진료센터와 2개의 의과로 구성돼 23명의 한·양방 전문의가 진료하는 국내 최대의 한·양방 협진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신관이 본격 가동되면서 제의 2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진료센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다.”

-침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등 한의학의 과학화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둔산한방병원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근거 중심의 한의약을 창출하기 위해 중부권 한의약 임상시험센터와 동서생명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연구센터 등의 연구시설을 통해 미래의학의 중심병원이 되기 위해 진료와 교육, 연구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저 자신도 그동안 다양한 연구활동을 해왔는데 침과 관련된 최근 연구성과를 소개하면 한국한의학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도침치료가 기존 침치료와 비교해 우월한 효과를 지닌다는 내용의 논문을 SCI급 저널인 국제학술지 'eCAM(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게재한 바 있다. 도침(刀鍼)은 침끝이 납작한 칼날처럼 가공된 특수침으로 척추, 후관절, 신경근 주변의 섬유화되거나 굳게 뭉친 조직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임상연구를 통해 도침치료를 받은 대상자들이 일반침 치료를 받은 대상자에 비해 통증과 기능장애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침은 허리 디스크인 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한의학적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질환에 대한 도침의 유효성과 안전성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고통이 가시고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큰 보람으로 느꼈다. 환자와 교감하는 것이 큰 즐거움일 정도로 환자와 만나고 치료하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병원에서 치료와 경영을 같이 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막중한 책임감과 두려움에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왕이 되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저에게 주어진 무게를 견디고 오히려 즐기면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다. 지역민이 믿고 먼저 찾는 편안한 병원, 훌륭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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