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개소주가 좋습니까? 녹용을 먹어도 될까요?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제 병에는 좋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흔하게 듣는다. 병에 대한 설명보다는 좋은 음식, 나쁜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에 진료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어떤 음식, 어떤 방법이 건강과 특정 질병에 도움이 된다는 방송이라도 나온 후에는 똑같은 질문을 수차례 받는다.

마치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처럼 건강을 염려하면서 먹는 음식들과 행동에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잘 알 것 같아서인지 처음 들어보는 희귀한 버섯까지 효능이 있는 지 물어 보기도 한다. 가만히 듣고 있지만 의사로서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때가 훨씬 많다. 자기 병의 원인과 치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환자들이 야속하기도 하다.

이런 질문들이 불편해 진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의사로서 해 줄 답변이 궁색해서다. 솔직하게 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학교과서 그 어디에도 이 평범한 궁금증에 대한 답은 찾아보기 힘들다. TV를 켜니 여기에 답이 있다. 머뭇거리는 의사들보다 훨씬 명쾌하다.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 만점이라고 한다. 실제로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 음식에 소개되면 대한민국 저녁 밥상이 달라진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던가? 물론 상식적인 선에서 도움이 될 만한 양질의 건강관련 정보도 있지만 충분한 설명과 이해 없이 받아들이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의사로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도 여과없이 전달된다. 대중을 상대하는 방송에서 사실을 설명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미를 반감시키거나 모든 방송을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자는 만은 아니다. 넘쳐나는 건강 관련 정보에서 득이 되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냥 유행이라고 넘기면 될까?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기호에 맞춰 선택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큰 문제도 아닌 것 같다.

현생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우리의 신체 자체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 즉 우리 조상의 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몸 자체는 유행이라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물론 몸과 건강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고 수명이 현저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명 연장의 배경에 요즘 유행하는 특정 식이요법이나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잡힌 식단, 전염병의 퇴치, 위생 상태의 개선 등이다. 오히려 지나친 치우침을 경계하고 적절함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위한 황금률이라고 한다.

이제 건강과 관련한 수많은 유행을 대하는 나의 방법을 소개해 본다. 유행은 유행대로 대하면 된다. 이 옷을 입고 저 옷을 입을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다면 조금 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행은 언젠가는 사라지며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등장할 것이다. 단백질만 섭취하던 '황제다이어트'라는 것도 그랬고, 요즘 인기 있는 단식법들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 좋다고 하는 음식들은 내년에 또 바뀔 수 있다. 따라 하지 않았거나 먹지 않았다고 불안해 할 일도 절대 아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이미 건강을 지키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유행이라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류를 타지 않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침착하다. 그리고 꾸준하다. 그것이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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