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판소리를 가미해 풀어낸 영어 역사극 '킹스 랭귀지'. 3월 22일 미국 LA 한국문화원에서 공연되었다.
오자, 탈자, 잘못된 표현 등을 찾아내 고치는 습관이 어느새 50년에 접어들었다. 고교 신문반, 문예반을 거쳐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3년간 활동하는 동안 이런 교정본능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굳어졌고 강단에 서면서 부터는 학위논문 지도와 과제물 평가 그리고 그간 펴낸 저서와 역서 편집, 교정 과정에서도 역시 틀린 글자, 오타,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문장 바로잡기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습관이 '꼰대들의 지적질'로 굳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하여 예나 지금이나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우리말 우리글의 아름다움과 과학성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는 매력이다.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처음 배운 이후 전공으로 삼은 지 그 역시 꼭 50년이 되었다. 예술이나 조리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반세기를 연마하면 대가, 명장, 달인 등의 칭호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어문학에서는 좀처럼 그런 사례를 보기 쉽지 않다. 개인별로 몰두하는 정도와 환경이 다른 탓에 세월만 지났다고 모두 정통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외국어 분야에서는 모국어가 아닌 이상 태생적 한계는 존재하는 듯하다. 나름 정진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외국문학이라는 광활한 밀림 어디쯤에선가 한손에 횃불, 한손에 사전을 들고 걸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

당초 외국문학 공부를 시작할 때의 생각이 종국적으로 우리언어·문학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믿음이었는데 이즈음 우리말 우리글이 처해있는 상황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세대 간 언어단절도 그렇고 특히 인터넷상의 우리말 변형·오염·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글 쓰는 일이 전문인 기자들의 경우 비록 일부겠지만 상식 부족, 허술한 문장력, 글을 쓴 다음 고치고 다듬는 작업의 소홀함으로 사회언어 왜곡에 일조한다. 언론사에서 교열부를 없애거나 인원을 최대한 축소시킨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언론사는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 지키기에 앞장 서야할 책무를 지고 있다.

우리말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를 원어에 가장 근접하게 표기할 수 있고 특히 형용사의 다양한 표현, 존칭의 오묘한 뉘앙스 그리고 과학적인 언어체계에 이르기까지 정년퇴임 이후 이즈음 새삼 우리말의 매력에 빠져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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