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책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3가지 자질을 피력했다. 열정과 책임감, 균형 감각이 그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열정적으로 일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소신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 균형감각을 갖추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비록 정치가는 아니지만 지방자치제도 상 선출직이기 때문에 정치가에 준하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판단을 할 상황에서는 그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많은 정책 분야가 그러하듯 교육 분야 역시 단기간에 정책적 결과와 효과를 보기 힘들다. 특히 큰 틀에서 교육정책과 방향은 교육부가 정하고 있지만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해 광역교육청이 선택해야할 정책방향은 광범위하다. 교육지원청, 학교 등을 포괄하고 있는 교육청은 조직도 많고 일하는 직원도 다른 지자체를 훨씬 능가한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존재한다.

나는 선거기간 충남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도민은 공약을 믿어 주고 선택해 주었기에 열정을 가지고 공약을 실천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려 노력해왔다. 지난 2014년 교육감에 취임한 이래 많은 정책과 사업을 펼쳤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이 참여했던 것들은 그 결과를 분석하고 더 속도를 낼지 또는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도 아니면 속도를 줄이거나 아예 사업의 방향을 바꿔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늘 벌어졌다.

특히 어느 지점에서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았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민심을 파악하거나 여론조사를 통해 만족도를 살피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도 듣지 못하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생겨나곤 한다. 그래서 유심히 챙겨보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신문고, 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 바란다'에 올라오는 글들 그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내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들이다.

지난 5년여를 돌이켜보면 이런 글들이 사업이나 정책적 판단에 있어 균형감각을 발휘하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사업이나 정책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속도가 빠른지 늦은지 혹은 적절한 지는 단순히 페이스북의 좋아요, 싫어요 단추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잘 됐고, 잘못 됐는지 정확히 지적을 해줄 때 진정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 속에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다는 말이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민원의 제기는 부정부패를 막는 가장 주요한 수단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는 공(公)과 염(廉)이다. 공은 말 그대로 공정함이요, 염은 청빈함을 말한다. 공정함과 청빈함을 추구하는데 있어 내부 혹은 외부의 냉정한 비판과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충남교육청은 교육가족의 다양한 민원에 귀 기울이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초기 대응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려한다.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열정에 갇혀 독단적으로 사업이나 정책을 펼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외부에서 평가하던 과격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분도 있다. 다양한 의견과 평가 속에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일은 어제까지 뿐만 아니라 오늘 그리고 내일도 내게 주어진 임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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