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ETRI SoC설계연구그룹 책임연구원

명함을 주고받지 않고 악수만으로도 명함을 교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폰을 나누어 끼지 않고 손을 잡고 걸으면서 같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면?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인체통신은 바로 이런 재미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연구를 시작한 기술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그룹은 10여 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인체통신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왔다. 인체 통신 기술은 사람의 몸을 통해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인체를 통해서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생활을 기록하거나, 사용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손을 대면 문이 열리거나,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에 맞는 환경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등 직관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의 현실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연구 개발에 매진한 끝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체 통신 칩을 개발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인체 통신 기술은 이제 막 상용화에 진입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 한 가지 기술이 바로 노약자를 위한 터치 케어(touch care) 기술이다. 터치 케어 기술은, 사물에 태그를 부착하고 사용자가 태그를 만지는 순간 태그에 심어진 사물에 관한 정보가 인체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돼 사용자가 만진 사물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는 원리다. 사용자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하루 한 번 당뇨 약을 드시는 어르신이 약을 드셨는지 여부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때 당뇨 약통에 태그가 부착돼 있다면 약을 두 번 드시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복용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에 약을 드시게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사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약 복용 횟수뿐만 아니라 식사 횟수, 화장실 사용횟수, TV 및 에어컨, 가스 사용정보, 실내 위치정보 등의 파악이 가능해 일상생활의 작은 변화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로써 주요 중증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위급한 상황을 파악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응급 알림 서비스도 제공이 가능하다.

이러한 터치 케어 기술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등에 적극 활용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될 예정이다.

인체 통신을 적용해 상용화를 추진 중인 또 다른 기술은 캡슐내시경 기술이다. 연구진은 사람 소화기 질환 중 약 54%를 차지하는 식도와 위를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캡슐내시경을 국내 업체와 함께 협업해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이 캡슐내시경은 인체 통신 기술을 적용해 기존 기술보다 4배 빠르게 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캡슐내시경은 식도, 위, 소장까지만 관찰할 수 있지만 향후 더욱 고도화시켜 캡슐내시경 한 개로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 전체 소화기관을 검진할 수 있는 캡슐내시경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위에 소개한 두 기술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산업 최첨단 혁신 기술 전시 및 컨퍼런스를 위한 세계 최대 박람회인 MWC에 전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두 가지 제품 및 서비스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인체 통신 기술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도 밝다. 가치도 무한해 이제 막 날개를 펴는 기술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그룹도 인체통신 기술 주도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개발한 인체통신 기술이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현하게 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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