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질환으로 일컫는 고혈압은 이제 식생활 변화 등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정도라면 약물 치료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혈관질환 등이 동반될 경우 혈압 약을 복용해야만 한다.

흔히 고혈압 약으로 불리는 혈압 강하제는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웬만해선 끊기가 어렵고 두통이나 구토 등 다양한 부작용도 유발한다.

고혈압은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만성 질환 중 하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6.9%이며, 국민 4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공개한 고혈압 팩트시트에서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65%는 최소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다.

이런 고혈압 환자에게 약물투여 없이 전기 자극만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 연구팀이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혈 자리 자극으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고 그 작용 원리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정 혈 자리 주변 정중신경 자극의 혈압 강하 효과를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임상 시험을 했다.

약물치료 경험 없는 1단계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내관혈(內關血)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신경 전기자극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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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관혈(內:關血) : 아래팔 앞쪽면, 긴손바닥근힘줄과 노쪽손목굽힘근힘줄의 사이, 손바닥 쪽 손목주름에서 위로 2촌으로 순환계통, 신경계통, 소화계통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사진=한의학연구원 제공
내관혈은 경혈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에 있는 혈 자리로 한의학에서 순환계통, 신경계통, 소화계통 등 치료에 사용한다.

전극 간 거리(2·4·6㎝)와 전극 신호(10·30·100·300㎐)를 달리해 30분간 전기자극을 주고, 4차례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극 간 거리 4㎝, 전극 신호 10㎐ 조건(왼팔)에서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혈압은 평균 14% 정도이며, 실험 참여자들도 불편함을 가장 적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치료를 주 1회 지속해서 받은 환자는 4주 차 때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5㎜Hg에서 140㎜Hg로 떨어졌다. 그 효과는 14주까지 유지됐다.

연구팀은 경혈 주변 전기자극 시 혈압강하 작용기전 확인을 위해 미세신경기록법(microneurography)을 활용해 정중신경 부위 신경섬유 활동성을 살폈다.

이를 통해 전기자극이 C 섬유(감각신경 중 하나)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C 섬유 활성 작용제인 캡사이신 활용 추가 실험을 통해 C 섬유가 활성화할 때 혈압 강하가 유발하는 것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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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압 강하 웨어러블 디바이스 프로토타입 제작.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이번 연구는 학의학의 주요 치료방법인 경혈 치료의 고혈압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것으로, 고혈압 비 약물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류연희 박사는 "동물 모델과 임상연구를 잇는 중개 연구모델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며 "약물투여 없이 일상에서 고혈압을 조절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등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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