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창원에서 3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와야 하는 대전도 야구장 때문에 시끄럽다. 자치구 간 유치 경쟁이 '필요이상으로' 과열되면서 삭발·단식 등의 흉흉한 소식이 들렸다. 결국 대전의 새 야구장은 중구 한밭종합운동장 부지로 결정됐다.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럴 거면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시민들이 선택한 '시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을 테니 더 따지고 싶지는 않다. '높으신 분'들이 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 사실 야구장은 어디보다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팬들과 구단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모르겠다. 혹시 지금은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앞으로 들으면 되니까….
창원시가 201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NC다이노스 유치로 인한 직·간접적 지역경제 효과가 해마다 1조 125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을 다 사실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청난 거금이다. 그리고 아마 야구장을 새로 지으면서 그 기대금액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프로야구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야구장의 규모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관중 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야구장을 짓고 그 팀의 성적이 좋아도 팬들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유감스럽게도 한화이글스의 야구 수준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가 좋고 그러다 보니 야구가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또 한화이글스가 이기는 것을 보려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팀이 그리고 그 선수들이 많이 이겨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식 관중친화적 야구장'이라는 창원NC파크지만, 명칭으로 인한 잡음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창원시의회에서 구장 명칭을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수정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갈등은 촉발됐다. 결국 지켜보던 팬들은 23일 삼성과의 개막식 때 창원시장을 향한 야유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NC팬들은 "더 이상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멋있다, NC팬들.
대전의 새 야구장도 이제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야구장에 대한 생각도 듣고, 그 유명한 허프라(허구연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고, 비행기 타고 미국에 가서 메이저리그 구장도 직접 벤치마킹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구단과 함께 의논해야 한다. 한화이글스가 그리는 그들의 야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맞춰 새 야구장을 지었으면 좋겠다. 투수친화형이 좋은지, 타자친화형이 좋은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야구장은 '시민친화형'이다. 필자는 시장님을 믿고 기다리며 지켜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