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

얼마 전, 페터 춤토르라는 건축가의 대담회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있었다.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그에 대한 국내 건축계의 관심은 뜨거웠고 한 시간의 짧은 시간에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큰 울림을 남겼다. 특히 장소성에 대한 그의 해석은 최근의 화두인 도시재생의 방식에 커다란 지침을 주었다. 모든 장소는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만들고 살았던 사람들은 바뀔지라도 일상에 남겨진 기억이나 경험에서 생겨난 감정을 통해 다시 그 역사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건물을 만들거나 보존하는 것이라는 명쾌한 해석이었다.

지방화시대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도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지방화가 곧 세계화라는 전제 앞에 특정 지역의 도시이미지 구축은 그 지역의 생존전략이자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도시이미지의 대상은 사람, 건물, 자연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고 그 도시에 사는 지역민을 통해 형성될 경우 그것이 도시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대전은 근·현대기에 설치된 철도와 고속도로로 국토의 교통중심도시로서 근대건축물과 원도심이 형성되었고, 대덕연구단지의 조성을 통해 연구 인력이 대거 유입되었으며, 정부3청사의 이전으로 둔산동 시대를 통해 도시핵이 분리되며 상권과 주거가 이분화 되면서 도시의 확대를 가져왔다. 크게 3번의 성장기를 통해 지역민의 자립적 성장보다는 외부인의 유입을 통한 성장이었고, 지역민의 특성상 지역감정이 강하지 않아 정착하기는 좋은 도시이지만 함께 지역성을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도시였던 것도 사실이다.

2015년 대전의 사회지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살기 좋은 도시'의 이미지가 타 도시에 비해 높게 평가되었고 대전의 도시이미지를 '안정적이고 편리하며 깨끗한' 도시로, 현재 이미지는 '과학의 도시'가 교통의 도시나 행정의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대전의 미래이미지 역시 '과학의 도시상'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발전과 비슷한 맥락의 지표가 보여주듯이 이미 지역에서의 삶을 통해 장소의 역사를 함께 인지하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은 지역 공동체와 함께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고 지역성을 회복하는 것을 기반으로하는 원칙이 지켜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수세대를 살아왔던 건축과 공간을 탐구하며 건축과 도시가 주는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시민과 공유해야 한다. 도시 공간의 구성과 가로 경관, 권역별 장소성, 공공디자인까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하나의 통일된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 주체는 지역의 전문가와 시민과의 연대를 중요시해야 한다. 스타건축가를 섭외하기 보다는 지역민과 함께 대전의 지역성에 대해 고민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훨씬 대전의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미세먼지 속에서 잠잠히 서 있는 대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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