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봄은 늘 설렘으로 시작한다. 필자에게 올봄은 두 가지 이유로 인생에 있어 매우 특별한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는 단국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럴만한 일을 했나싶어 부끄러운 마음도 컸지만, 국제교류와 글로벌교육을 위해 노력한 점과 그동안 계속해왔던 동북아 비핵지대화 운동에 대해 좋게 평가해줬다고 하니 더없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다른 하나는 필자가 2007년 이후 한국에서 맞이했던 봄 중 올해가 가장 어두웠기 때문이다. 최악의 미세먼지 덕분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산과 강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자부심이 미세먼지에 가려지는 것 같았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연일 쏟아지는 뉴스에 부모들은 노심초사다. 정부에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싱그러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어두운 대기가 내려앉은 지 오래다.

많은 분들이 1952년 최악의 런던 스모그 사건을 알 것이다. 당시 1만 2000명이나 사망했던 이 재난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50년, 14살이던 필자는 런던에 있었다. 교사 교환프로그램으로 런던에서 근무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1년간 머물렀다.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영국은 그 당시에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스모그현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학교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는 칠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1960년도에 이르러 연탄 사용이 금지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나서야 런던의 공기는 나아졌다. 그 당시엔 유럽본토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숲과 호수에 있는 나무는 시들고 물고기가 떼로 죽어갔다. 1967년, 스웨덴의 한 과학자는 그 원인이 영국과 독일 국경을 넘어온 이산화황으로 인한 산성비가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물론 주변 국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은 이 문제를 끊임없이 국제이슈로 만들었고 주변국가와 함께 기후환경협약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한국의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럴 때마다 중국에 분노하거나 정부를 원망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스웨덴처럼 한국도 차근차근 과학적으로 원인을 밝히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독한 미세먼지 속에서 꽃샘추위를 견뎌 내고 맑은 하늘아래 노랗고 하얀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맑고 파란 하늘이 요즘처럼 소중했던 적이 없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언제 또 미세먼지가 몰려올지 몰라 불안할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따스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더 이상 미세먼지가 없기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들이 싱그러운 봄날을 만끽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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