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두 최고지도자의 관계 훌륭"…대화 여지도 남겨
김정은 결심, 美 태도 보며 이뤄질 듯…당 전원회의 등서 발표할 가능성

▲ (평양 AP=연합뉴스) 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bulls@yna.co.kr
▲ (평양 AP=연합뉴스) 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bulls@yna.co.kr
▲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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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의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이 웃음 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ymarshal@yna.co.kr
▲ (하노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의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이 웃음 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ymarshal@yna.co.kr
▲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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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미압박 본격화…대화 중단, 미사일·핵실험 카드 꺼내

최선의 "두 최고지도자의 관계 훌륭"…대화 여지도 남겨

김정은 결심, 美 태도 보며 이뤄질 듯…당 전원회의 등서 발표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침묵해온 북한이 미국의 '일괄타결·빅딜'론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중단과 미사일 및 핵실험 모라토리엄의 중단을 앞세워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발언 요지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의 일괄타결·빅딜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미국의 입장 변화 없이는 추후 북미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 부상은 특히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성명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의 입장 표명 이후에도 미국이 끝내 일괄타결론을 고수하면 더는 협상할 이유가 없고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명의로 협상 중단 입장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플랜을 공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성명을 언제 발표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전까지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상응 조치 내용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2017년 무력 충돌 위기상황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을 요구한 셈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조미가 생산적인 대화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요건'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 부상의 기자회견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을 소개했다.

조선신보는 "'영변+α','핵과 탄도미사일 포기'의 일방적 요구를 내걸고 '일괄타결', '빅딜'을 제창한다면 생산적인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며 미국이 일괄타결론을 고수한다면 "오히려 교착국면이 이어지고 조선과 미국의 군사적 대립의 구도가 한층 더 부각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핵실험 모라토리엄의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현 상황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여유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유효한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유일하게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의도도 읽힌다.


그런데도 여전히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최 부상은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신보도 "조선의 최고 영도자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는 (트럼프)대통령이 호상 존중의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마련하고 올바른 협상 자세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임할 때 조미 쌍방은 비핵화를 향한 커다란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이 깨질 수 있다며 위기감을 조성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기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지난 보름 동안 내부적으로 미국의 의도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더는 미국의 입장 변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과 대화 일선에 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유엔을 찾아 흐트러짐 없는 대북제재를 강조하고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대북압박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 등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최 부상이 미국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만큼 김 위원장의 최종결정은 미국의 향후 태도를 봐가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괄타결·빅딜 요구는 북한이 시종일관하게 고수해온 '단계적·동시행동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체제 유지 차원에서나 최고지도자의 지도력 훼손 차원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조선신보가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를 '패권적 발상',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미국이 요구를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결심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고민을 거쳐 이르면 내달 초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나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염두에 둔 변화의 급반전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 노선의 완료를 선언하고 경제발전집중노선을 선택하면서 가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협상 중단에 대한 결심이 어느 정도 선 것 같다"며 "그러나 협상 중단 선언이 나오더라도 당장 강경으로의 회귀보다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데 무게를 둔 조건부 중단일 것 같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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