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5 엄마는 강했다]
이혼후 대전行…식당일 하며 한푼 두푼 모아
아빠 부재 걱정…네일아트 공부하며 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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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4편> 비온 뒤 굳는 땅처럼

이혼 후 전라도에서 딸아이와 도망치듯 연고 없는 대전으로 올라왔다.

모든게 낯이 설었다.

방 값과 이사 비용을 빼니 수중에 단돈 5만원 남았다.

그래도 남편의 외도와 산더미 같은 빚더미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정(42·가명) 씨는 하나뿐인 소중한 딸 소예(10·가명)만 바라보며 살기로 했다.

일단 돈을 벌어야 했다. 나는 굶어도 딸은 굶길 수 없었다.

지리도 모르는 대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했다. 막막했지만 엄마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 맘 좋은 사장님을 알게 돼 식당일을 시작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돈을 모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의 부재를 느끼지 않을까 걱정됐다.

내 이기심으로 소예를 위축시키진 않고 있는지, 한부모 가정의 외로움을 주고 있진 않은지 신경이 쓰였다.

엄마로서 줄 수 있는 사랑은 충분히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내 곧 미안함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에게 받지 못한 사랑까지 넘치게 주고 싶었다.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 싶었다.

꿈은 컸고 의지는 강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밤낮 없이 일을 해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 키우는 돌싱맘의 일자리는 언제나 목마르다.

현재 집 근처 편의점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정 씨는 틈틈이 네일아트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소예에게 들어갈 교육비 때문이다.

자격증을 취득해 작게나마 본인의 일을 하고 싶다는 정 씨는 오늘도 이를 악 문다.

정 씨는 “친하게 지내게 된 미용실 언니가 본인의 가게에 조그맣게 공간을 준다고 하길래 네일아트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경제적으로 비록 녹록치 않지만 적어도 빚 없는 삶을 살게 된 것만으로도 홀가분하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내 우유부단한 성격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소예만큼은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키우고 싶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딸과 의지하며 책임감 있게 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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