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철 보령시청 세무과장

“오늘 아침 호텔에서 나올 때 ‘베드 팁(Tip)’을 한국 돈으로 놓고 오신 분 있나요?”라는 물음에 일행 중 한 사람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가을 뉴질랜드 로토루아시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양모 사업을 하는 동포사업가가 우리 일행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해외에 나가면 대부분은 호텔을 이용한다. 지역과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호텔에 투숙하게 되면 외출 시 베개 위 또는 베드 옆 테이블에 1달러의 팁을 둠으로써 룸메이드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월 15일 발행한 ‘2018년 12월 기준 관광동향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국민 해외관광객 수가 2869만 5983명으로 지난해보다 8.3% 증가한 것으로 분석 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셈이고, 매달 출국자 수가 충남 인구보다 많은 239만명을 넘었다.

해외에 나가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나 애국자였던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다. 우리 스스로가 ‘민간 외교관’이 되는 것이다. 언행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그것이 모여 국격을 만든다. 씀씀이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외 팁 문화도 의식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GNI가 3만달러를 넘은 국가인 ‘3050클럽’에 들어서게 됐다. 실제 지난해 10월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주요 16개국 생산연령 성인 남·여 8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80.3%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3년간 한국에 살면서 서울대 국어과 교수를 역임했던 로버트 파우처 교수는 “한류에 올라탄 한국어는 ‘취미언어’로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어 가사가 주를 이루는 케이팝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세계광고시장에도 한글이 당당하게 등장하는 지금이다. 영어가 많은 나라에서 쓰는 ‘국제 공용언어’라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국제 취미언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글로벌 한류와 함께 한화(韓貨)도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이제 해외여행 준비물로 1달러 환전 대신 천원짜리 신권을 바꿔나가자. 베드 팁으로 쓰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해외동포의 경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퇴계 이황'께서도 해외여행을 함께해서 기뻐하시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의미 있는 실천을 통해 개념 있는 해외여행을 해보자. 국세와 지방세를 내지 않는 면세점을 이용한 대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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