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대한스포츠마케팅연구원 대표

최근의 한반도를 둘러싼 내우외환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는 목소리가 높다. 기대했던 북미정상회담까지 결렬되면서 향후 남북문제도 예단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는 전망이고 보면 이제, 우리의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아졌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때 지역에서 발기하여 전국적인 발의로 기념사업회를 발족하게 되었으니 그 의미를 더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가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에 대한 현창사업과 예우문제가 사회각계에서 부터 제기되고 있는데 뒤늦게 승병장 영규대사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이를 널리 현창하자는 기념사업회의 발족과 FORUM의 개최, 추모 간행물의 발간, 기념관 건립 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장 원경 큰스님께서 제안해 전국적인 호응과 참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봄소식 보다 먼저 전할 수 있어 너무 다행스럽다. 이제 그간 잊혀져왔던 이름 없는 승병과 서산·사명·영규대사 등 승병장에 대한 연구·조사·발굴 작업 등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가 앞으로의 중요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민간차원의 지역에서 추진되어 왔던 추모 제향 및 위령제 등도 통·폐합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해야 하겠다.

기념사업회 역시 중점 타킷을 설정하고 다양한 툴(Tool)를 개발해 대내·외의 폭넓은 관심과 참여 유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온·오프라인, 지역·전국의 관계기관 및 관련단체간 공동기획·참여·추진으로 책임과 역할, 기능을 나누면 그 효과는 더 배가 된다. 교류,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을 밝히는 바다.

특히 한국불교의 호국정신과 사상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우리역사 바로알기 차원에서 더욱 새롭게 재조명 되어야 하고, 여기에 학계와 지자체의 참여와 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요청이다. 이를 위한 민·관·기업의 협력적 참여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하며 영규대사의 추모사업도 지역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조계종 종단 차원을 넘어 한국불교계 전체의 역할과 기능도 무엇보다 중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여기에 언론의 참여까지 더하면 필요충분조건이 된다고 하겠다. 아울러 기념사업을 불교계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지역에서부터 차등 없이 나서줘야 한다.

다시 생각하지만, 사회지도층이나 기득권 세력이 아닌 800여 승병들의 목숨의 대가는 무엇인가? 과거와 역사까지 잊고 사는 우리 세대 모두에게 다시 묻고 싶은 얘기다. 그들의 호국정신과 애국정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승유억불 정책을 나라의 근간으로 삼았던 조선왕조시대에서도 승병은 사람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천민들 보다 더 낮게 취급되었다는 사실이다.

백성을 버리고 압록강을 건너려했던 군왕을 나라님으로 떠받든 이들이 바로 승병이었음을 모두 간과했다. 그들은 곡창지대로 향하는 남으로 가는 길목인 금산전투에서 모두 몰살당했다. 의병 700여명만 700의총을 세워 보호했지만, 승병 800여명은 무덤조차도 없다. 그것이 조선이라는 나라였다.

800여 승병 순국 제 427주기에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 전쟁과 자유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역사를 편협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정말 다시 묻고 싶다. 대사의 호국 혼은 아직도 살아 계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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