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총 대전시연합회 박홍준 회장
대담 = 김일순 대전본사 취재1부 부장
10개 단체 다양한 장르 화합 필요, 상근 직원 확대·경상비 지원 논의, 
대전지역 출향작가 관심 가져야, 회원·비회원간 대화·소통 늘릴것 
예술 지원 = 인프라 투자 인식 희망

▲ 대전예총 제 11대 회장으로 당선된 박홍준 회장이 새로운 4년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지난달 22일 사단법인 한국예총 대전시연합회(이하 대전 예총) 11대 회장에 서예가 박홍준 회장이 당선됐다. 박 회장은 제9대 회장의 중도사퇴로 인해 지난 2017년 8월 제10대 예총회장으로 당선돼 임기를 마친 후 이번 재선에 당당히 성공했다. 지역예술인 회원 4500여명의 대변자로 새로운 4년을 이끌어 나가게 된 그에게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먼저 그간의 소회를 밝힌다면.

“전임 회장이 그만 두고 2017년 8월 14일 선거를 치러 잔여 임기를 채웠다. 그 전엔 밖에서 목소리만 내는 수준이었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단순히 소리만 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현안을 파악하며 대전시와 시의회간 관계에서 예총의 현 위치를 알게 됐다. 많은 분들이 예총의 위상 많이 하락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를 타계할 방안 구상과 함께 10개 단체 예술인들이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여러 분야와 소통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고민했다.”

-제11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소감이 어떤가.

“물론 선거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선이 됐다. 나를 믿고 지지해준 회원들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후보자를 선택한 회원들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즐거운 예총, 정이 흐르는 예총'을 슬로건으로 삼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4500여명 회원들이 함께, 더불어 가자는 의미다.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함께 가야지 회장 혼자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총이라는 단체 자체가 10개 장르의 독특한 예술인들의 조합이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보니 자기 주장 또한 강하다. 건축, 사진, 미술, 음악 등 여러 장르가 섞여있기 때문에 잘만 호흡하고 화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구심점 만들기가 쉽지가 않았던 게 사실. 10개 단체가 자주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갈등도 풀리고 친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회장인 나부터 한 발 물러나 회원들을 우선해 앞세우고 싶다.”

-임기 내 핵심 공약에 대해 설명해 달라.

“10개 단체에 현재 상근 직원이 별로 없다. 각 단체 회장들이 사비로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장들을 만나면 논의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무국 직원들 월급을 윗돌 빼 아랫돌 괴는 식으로 지급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많다. 시에 문제제기 해도 다른 NGO단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중앙차원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다. 문화예술진흥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경상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지역 내 생활 예술인들을 위한 전시·공연장을 만들겠다. 예술의전당, 시립연정국악원, 시립미술관 등 엘리트 예술인을 위한 장소는 많다. 최근에 프랑스 파리를 갔는데 흔히 혐오시설로 불리는 화장터를 옮긴 곳에 공연장을 만들어 누구든 신청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처럼 공적인 공간이 이전하면 아파트가 들어서지는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공원 아니면 박물관, 갤러리부터 떠올린다. 시민들이 언제나 자유롭게 공연 전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사실상 중요한 작업이다. 대전지역 내 대화동 공장 등 유휴공간을 예술창작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대전지역 예술계가 침체기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한다면.

“대전은 출향작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 같다. 광주만 봐도 제1시립미술관은 물론 제2시립미술관까지 있고, 서울 인사동에 시립미술관 분관까지 만들어 광주 출향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지역작가들이 당당히 중앙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역시 개관 당시만 해도 규모가 컸는데 지금은 전국 최하위 미술관이 돼 있다. 청주보다도 규모가 작다. 예술의 전당도 마찬가지다. 민간 대형공연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운영은 물론 음향 등 시설 면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자체의 마인드와 재정적 투자는 중요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그간 예총 회원과 비회원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소외받는 예술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면.

“10개단체 회원이 총 4530명 정도 된다. 장르별로 입회 조건이 있다. 미술은 전공자 5년 비전공자 9년 등 기준이 있다. 이에 따라 예총 회원이 아닌 소규모 단체들 간 관계가 복잡 미묘하게 얽혀있다. 해결 방법은 오히려 쉽다고 생각한다.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갇혀 있을 때는 소리가 되지만 서로 만나면 대화가 된다. 각자의 의견만 내지 말고 만나서 소통을 하면 풀어진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비회원 중에서도 예술적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경우가 많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갈등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대전예총의 역할과 지역 문화예술 발전 방향을 제시해 달라.

“대전은 예부터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불렸다. 그래도 지금은 인재풀이나 작가 폭이 굉장히 넓고 깊어졌다. 다만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은 공급은 많은데 수요층이 적다는 점이다. 국내 미술시장을 예로 들면 역시 대한민국 1번은 서울이다. 그 다음이 대구, 광주, 인천, 부산 순으로 대전은 울산 다음 꼴찌다. 지자체 예산 투자도 차원이 다르다. 과거 행정가들은 전시 공연 지원을 소모성 경비로 치부했다면 지금은 많이 나아져 인프라 투자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를 폭넓게 지지해 주는 것 역시 수요층 즉, 시민이다. 시민 인식 계도가 상당히 필요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것에 대한 지원만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진국 하다못해 광주 시민만 봐도 예술을 인프라 투자라는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대전도 제일 먼저 예총에서 이 같은 시민인식을 확산시키고 예술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마지막으로 대전예총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선 인사장만 돌리고 있다. 감사 등 새로운 집행부도 구성됐다. 현재 이 분들과 만나고 소통 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우리 회원들께는 늘 죄송한 마음 뿐이다. 많은 회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해 급여가 500만원을 넘지 못하는 회원이 전체 회원의 60%가 넘는다. 그 이하로 거의 수입이 없는 회원들도 있다. 연말 원로 회원들께 메세나 등 지원으로 연탄이며 김치 등 물품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면 간혹 받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유명 예술가 중에서도 어려운 분들이 꽤 많다. 예술가들 흔히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임기간 이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하겠다. 임기가 끝난 뒤 회원들을 만날 때를 머릿속에 항상 그리며 회원 입장에서 고민하고 봉사하겠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박홍준 회장은 충남대와 한남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으며 대전시미술대전 집행위원장, 국제서법 예술련합 호서지회장, 충청서단이사장, 한국미술협회 대전시지회장, 이응노미술관재단이사, 대전문화재단 이사,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장, 2017·2018 대전국제아트쇼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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