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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했다 - 3편
전 남편, 딸 위해 모은 돈마저…, 고달픈 삶…딸 위해 악착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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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돌싱맘 정성희(42·가명) 씨가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한 것은 아마도 그때가 아닐까 싶다. 

없는 살림과 남편이 만들어 놓은 끊임없는 빚 독촉에도 절대 손을 대지 않았던 딸 소예(10·가명)의 아동수당 통장. 매달 20여만원을 수년 간 모아 5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 놨다.

그러던 어느 날 정 씨는 통장잔고를 보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500만원의 목돈은 4000원이 돼 있었다.

그렇게 정 씨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전남 고흥에서 여동생이 살고 있는 대전으로 오게 됐다.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가져오는 조건뿐이었으며 아무런 위자료도 받지 못했다. 수중엔 남편이 일했던 돼지 농장에서 직원들 밥 해주며 겨우 모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이 돈도 보증금과 월세, 이사비용을 빼니 남은 돈은 겨우 5만원. 

비참했다. 당장 먹을 쌀이 없었다. 나는 굶어도 딸은 굶길 수 없었다. 감자와 양파를 다진 후 쌀을 불려 냉동해서 조금씩 끓여 먹었다. 

연고 없는 대전에서 돌싱맘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자리도 없었다. 소예를 봐줄 사람이 없어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해야 했지만 정 씨의 이런 사정을 봐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간신히 식당일을 구해 조금씩 돈을 모았지만 통장에 넣어 놓을 수가 없었다. 언제 전남편이 와서 손을 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 씨는 늘 현금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래도 정 씨는 이혼 후의 삶이 훨씬 좋다고 한다. 소예에게 아빠 없는 삶을 준 것 같아 미안하지만 지긋지긋한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최근 그토록 원했던 신용회복도 이뤘다. 10년이 넘는 상환을 마친 정 씨는 하염없이 울었다. 축하한다는 신용회복 전화가 그간 정 씨의 고생을 알아주는 것 만 같아 몹시 후련했다.
 
정 씨는 “비록 풍족하지 않지만 딸을 위해 악착같이 살고 있다. 아빠 없이도 밝고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현재 네일아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데 작게라도 내 일을 시작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희망을 품었다.  

 <15일자 마지막 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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