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소 부족…사각지대 발생
아이 있는 집 "측정기 필수품"
인터넷 커뮤니티서 수치 공유
업체 매출 급성장…"10배 가량"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에서 27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박모(32) 씨는 최근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엄마들이 인터넷 카페에 공유한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지켜내는 방법'을 따라가는 게 박 씨에게 큰 숙제가 됐다. 외출을 삼가고, 유아용 마스크를 구매하고, 집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초미세먼지의 정확한 수치 측정을 위해 정부가 공식 제공하는 초미세먼지 수치 말고도 외국 애플리케이션을 동원했다. 애플리케이션도 모자라 박 씨는 '아이를 지키려면 나라도 믿으면 안 된다'는 엄마들의 성화에 23만원을 주고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 안팎의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쟀다.

박 씨는 “에어코리아에서 초미세먼지 수치가 40~50㎍/㎥ 정도 뜨면, 애플리케이션은 130 정도 나오고, 내 개인 측정기는 100 전후로 왔다 갔다 한다”며 “시나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초미세먼지 수치는 아예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정보에 대한 불신으로 엄마들이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세먼지 수치를 불신하는 가장 큰 원인은 측정소 수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아이들 건강을 위해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사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측정기2.jpg
▲ ⓒ연합뉴스
6일 미세먼지 농도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환경부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측정소는 대전 10곳, 세종 4곳이다. 엄마들은 대전시와 세종시가 설치한 측정소 장소를 보면 사각지대가 있어 대기 질이 잘 파악이 안 된다며 불신하고 있다.

대전과 세종지역의 엄마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가정용 측정기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를 공유하는 글이 올라온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사고 기기를 통해 아침과 저녁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다.

세종 다정동에 거주하는 이모(35) 씨는 “처음에 아내가 미세먼지 측정기를 산 뒤 측정값을 매일 카페에 올리는 모습을 보고 극성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카페의 활동을 보니 미세먼지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시글들을 보면 기기를 통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두 개의 농도를 측정해 올린다. 또 카페에는 미세먼지 측정기 구매와 대여, 제품 추천 등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은 출산준비물 리스트에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도 올려놨다. 예비 엄마 김모(31) 씨는 “온도계, 습도계 정도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가정에서도 쉽게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도 출산 '필수품'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의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대수는 공개가 어렵다”면서 “초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높았던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거의 없던 달에 비해 매출이 10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