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렬 충남도립대학교 환경보건과 교수

얼마 전 교수법에 대한 연수를 다녀왔다. 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오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모처럼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역시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움이 가슴에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야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학생들의 학습 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처음 가르치기 시작할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소화해서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과 교구를 활용해 진행했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고, 나도 젊고 활기찬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엄청 나게 빠른, 그리고 많은 시대적 변화가 이루어졌고, 나의 몸과 마음은 퇴보하는 변화가 있었다. 나의 지식과 경험은 옛것이 되었고, 열정과 체력은 약해졌으며, 배우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더구나 많은 지식을 인터넷상에서 경험한 학생들은 점점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교수법 연수에서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Flipped learning, Blended learning, 문제중심학습(PBL), 미완성 수업자료, 짤강 등 다양한 수업 기법을 배웠다. 그리고 참신하고 가슴에 와 닿는 말들도 많이 들었다. “말로 할 수 없으면 모르는 거다”, “가르치는 수업인가? 배우게 하는 수업인가?”, “핵심은 타협하지 않는다”, “덜 가르치는 것이 가장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 등 저명한 학자들의 말들은 거의 100%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 결국 연수의 가장 큰 줄거리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었다.

연수를 마치고 1주 정도 지난 후에 연수 교재를 볼 일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신학기에는 이런 것을 활용해 보아야지 하는 생각에 읽다보니 모두 다 읽고 말았다. 그런데 교재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왠지 허전했다. 그 허전함이 몇일 동안 가슴 속에 계속 있었다.

오늘에야 알았다. 빠진 것이 있었다. 다양하고 재미있고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교수법보다도 중요한 것이 빠졌다. 내가 처음 대학으로 왔을 때, 그리고 가끔씩 학생들과 술자리를 할 때, 개인 상담할 때 말하고 느낀 것, 바로 학생들의 마음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강의시간에 학생들의 주변을 맴돌았고, 그들의 가슴 속에 잠깐 들어갔다가 나오곤 했다. 깊이 들어가지를 못했다.

학생들은 내가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들 속으로 깊이 들어 가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수법이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함께 ‘수요자 속으로의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희미해지는 지식과 식어가는 열정, 그리고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해 주는 것은 학생들의 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올해 신입생들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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