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펩시코(PepsiCo)의 최장기 CEO 이자 최초의 여성 CEO 인드라 누이는 무려 25년을 펩시코에 몸담으며 '만년 2등' 펩시 콜라를 한 때 1등 자리에 올려 놓기도 했다. 물론 콜라만 놓고 보면 코카콜라가 1등 브랜드이지만 주가 추이를 보면 전세계 언론은 뛰어난 여성 CEO가 한 명 줄어 들었다는 사실을 애석해 했다.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인도 출신 여성이 펩시콜라의 최장수 CEO가 되기까지 누이는 수많은 유리천장에 부딪히고 깨야 했다. 누이가 2006년 펩시코 CEO가 됐을때 펩시콜라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웰빙' 열풍으로 탄산음료가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이었다. 누이는 탄산음료 이미지를 지우고 펩시코를 종합 음료·식품 회사로 탈바꿈 시키기로 했다. 주스업체 '트로피카나'와 오트밀 브랜드 '퀘이커오츠'를 앞세워 몸에 좋은 건강음료, 유기농 스낵, 무설탕 음료등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누이 재임 기간 회사 매출은 2006년 350억 달러에서 2018년 현재 635억 달러, 매출의 절반은 펩시콜라가 아닌 건강음료와 스낵 분야에서 나온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불만을 가졌다. 애널리스트들은 몇 년동안이나 그녀의 전략을 비웃었다. '대체 왜 잘나가는 당신네 포트폴리오를 더 건강한 제품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가'라고 말이다. 회사도 항상 그녀의 결정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은 많았다. 한 투자자는 그녀를 쓰레기통 앞으로 끌고가 이렇게 소리치기도 했다. “당신이 테레사 수녀라도 되는가? 우리는 미국인이야. 우리는 감자칩을 먹고 탄산음료를 마신다고! 건강한 음료를 만드는 회사로 바꾸는 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니야. 건강식 만드는 회사를 원했다면 펩시코가 아닌 그런 회사의 주식을 샀을 걸세!”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펩시의 미래는요?!"

누이를 앝잡아 보던 사람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수 있었던 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덕분이다. 그녀는 펩시코 CEO에 오르자마자 잡스에게 달려가 조언을 구했다. 2016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연설에서 누이는 잡스로부터 얻은 3가지 교훈을 소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 교훈은 ‘당신의 입장을 고수하라!’다. 잡스는 “당신이 어떤 것에 진정으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끝까지 그것을 고수하라. 아무리 외부 사람들이 당신이 변하기를 바라더라도 당신의 관점을 절대 바꿔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이런 생각의 방식은 펩시코에서 지도자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 당신의 유산을 남겨라’이다. 잡스가 “펩시코에 당신의 흔적을 어떻게 남기려 하는가”라고 물었고 그녀는 디자인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자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이 당신에게 중요하다면 당신이 직접 보고를 받아야 한다. 만일 CEO로서의 전폭적인 관심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 여정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마지막 교훈은 ‘조금은 못되게 굴어도 된다’다. 잡스는 명쾌하게 말했다. “너무 착하게 굴려 하지 마라. 당신이 회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면 성질을 부리고 종이를 집어던져도 괜찮다. 그래야 사람들은 그것이 당신에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옳았다.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든 가정에서의 우리를 대신 할수 없다. 엄마, 조직의 구성원으로 역할이 바뀔 때마다 이를 충실히 하는 게 최선이다. 일과 삶은 분리된게 아니라 전체 삶의 중요한 하위요소임을 인식한다면 매 순간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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