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기 회장 횡령혐의 기소, 최연장자 대신 측근 임명 의혹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속보>= 협회 수장의 검찰 기소로 내홍을 겪고 있는 충남축구협회가 상급단체 규정에 어긋난 인물을 직무대행으로 슬며시 임명하려 했다가 회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축구협 일각에서는 지난달 직무가 정지된 양춘기 회장이 권한 행사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 인사를 직무대행으로 앉히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도체육회는 지난달 15일 충남축구협회에 ‘회장 유고에 따른 행정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협회 직무대행 선임방법과 관련 규정 등이 명시된 ‘충남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 등이 담겨있다. ‘충청남도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에 따르면 최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양 회장은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

아울러 이 규정에는 회장이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회장 중 연장자 순으로 회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회장 공석상태인 충남축구협은 최연장자인 유용철(58·전 서산시민축구단장) 부회장이 직무대행으로 임명됐어야 했다.

그러나 충남축구협은 유 부회장과 생년은 같지만 생일이 늦은 공무철 부회장(58·전 서천축구협회장)을 선임했다고 충남체육회에 보고했다. 더욱이 축구협은 회장 직무대행을 임명하는 중요한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회원은 물론 협회의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들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아 일부 대의원의 반발을 샀다. 축구협 내부 반발이 표면으로 노출되자, 도 체육회는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지난달 28일 시정 공문을 다시 충남축구협에 보냈다.

이에 대해 축구협 전무이사 A 씨는 “유 부회장이 연회비를 제때 내지 않았고 이사회나 협회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아 차순인 공 부회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양 회장은 규정대로 하라고 했을 뿐 직무대행 선임에 관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대행을 선임하는데 대의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축구협 일각에서는 “협회 운영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양 회장이 협회 사무국을 내세워 측근 인사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소문이 이미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유용철 부회장은 "그동안 병원에 있어 회비를 내지 못했고 지금이라도 내면 되는 것인데 사전에 상의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직무대행을 선임해 놓고 체육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확인서를 요구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축구인들이 똘똘 뭉쳐 헤쳐 나가도 어려운 혼란한 시기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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