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경 충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서 혹독한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나라도 주권도 빼앗겼으며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조차 침해당한 채 일제의 핍박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삶을 살았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었고, 일본의 무단통치로 인해 억누르고 있던 울분과 한이 터져 나온 건 14년 후인 1919년 3월 1일이었다. 만주와 일본에서는 각각 무오독립선언(1918), 2·8독립선언(1919)이 발표되었고 국내에서도 민족대표 33인이 작성한 기미독립선언서가 한 학생의 용기와 함께 종로의 탑골공원에서 낭독되었다. 이러한 용기에 힘입어 길고 혹독한 무단통치기를 견디어 낸 전국 방방곡곡 수많은 국민들이 너도나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독립만세운동은 전국적인 민중운동으로 발전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 순간은 남녀의 차이도, 세대의 차이도, 이념의 차이도 없었다. 단지 독립이라는 염원이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그 뜨거운 열정은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독립운동의 정신적 뿌리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도 하며, 보다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위한 체계가 마련됐다.

하지만 3·1운동 이후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기까지 걸린 시간 ‘26년’.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피, 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들이 무뎌지고 잊혀진다고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순리일지도 모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3·1절, 임시정부 수립일 등 역사적인 날을 함께 기념하고 기리는 이유는 자신의 안위보다 이 나라와 후손을 먼저 생각한 유공자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을 것이기에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야 한다.

최근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영화계에서는 관련 영화들을 많이 개봉하고 있다. 조선어학회를 배경으로 한 ‘말모이’, 유관순 열사의 삶을 다룬 ‘항거:유관순 이야기’, 전국자전차대회에서 우승하며 민족영웅이 된 엄복동의 이야기 ‘자전차왕 엄복동’ 등이 잇따라 개봉되며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 다시 한 번 각인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굴곡진 역사를 버티어 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위기가 있었고 그 순간마다 국가를 위해, 타인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국민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의 희생과 정신을 기리고 기억하는 것은 남아있는 자의 몫이며, 앞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훈이자 발판이 아닐까. 즉,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그러한 날들을 기념하고 그 역사에 대해 논해야 할 것이다.

100주년이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년 3월 1일은 각별하다. 다가오는 3월 1일, 전 국민이 잠시나마 과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독립유공자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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