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훈 대전시 문화예술정책과장

‘문화가 있는 날’이란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날이다. 이 날에는 전국 주요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공공문화시설 등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또한 직장인과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7년 7월부터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운영에서 그 주간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생성되고 있기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의 가치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2014년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20%는 1년에 단 한 번도 문화생활을 향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에서는 ‘생활문화동아리 활동 지원’과 ‘찾아가는 시립예술단 공연’, 매주 수요일 무료 공연으로 대전시청에서 진행하는 ‘수요브런치 콘서트’, ‘들썩들썩 원도심’ 버스킹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개최해 왔다. 그 결과 대전이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중 문화예술관람률이 86.3%로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화관람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미술전시회, 대중음악·연예, 뮤지컬 순이다. 아직도 영화관람률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대전에 오면 꼭 봐야 할 뮤지컬, 연극 등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달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OECD 35개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인 29위를 기록했다. 국가별 순위에서 노르웨이가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 호주, 스웨덴, 캐나다가 2~5위에 올랐다.

영국은 2001년부터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 박물관 및 미술관에 한해 무료입장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는 무료입장 등의 혜택은 없지만 기부금(도네이션티켓) 형태로 입장이 가능하다. 선진국의 경우 기부 문화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 또한 기부금 형태의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 문화예술계에도 기부문화가 확산·정착돼 문화향유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시는 인구 백만 명 당 공공도서관·박물관·미술관 등 문화기반 시설수가 36.05개로 7대 특·광역시 중 광주, 서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를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명품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대전방문의 해 원년으로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가족, 친지와 함께 문화가 있는 날을 의미 있게 보내길 권하고 싶다.

문화예술은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해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다. 행복과 일·여가의 균형 잡힌 문화가 있는 삶으로 우리 모두가 한 발짝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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