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안전보건공단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 조치
현장선 거센 반발… “간단한 작업에 비계 설치 비효율”


▲ 25일 오전 11시30분, 유성구 궁동의 한 번화가 5층 건물 외벽에서 50대 남성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25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만년동의 한 식당 내부 공사 현장. 현장에서는 약 7명의 작업인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 한 근로자가 도면을 살펴보더니 이내 A형 사다리를 펼치고 능숙하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 배선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인부 역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사다리 발판을 딛고 마감 작업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 공사 현장에는 4m 길이의 A형 사다리 5개가 작업현장 여러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동식 비계도 있었지만 현장 밖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공사업체 사장 A씨는 사다리 작업이 금지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작업 초기에는 내부 공간이 확보돼 이동식 비계를 설치하고 작업했지만 지금은 공사 막바지 단계라 내부에 구조물들이 자리가 잡혀 비계를 들일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다"며 "비계를 밖에서 해체하고 안에서 다시 조립하고 설치하면 공기가 길어 질 수 밖에 없다. 마감작업에만 할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업현장에서 전면 사다리 작업 금지령을 내렸다. A형·H형·일자형·접이식 등 사실상 모든 사다리 작업이 금지됐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이 대전 일대 산업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처럼 여전히 사다리 작업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10년 간 사다리 작업 중 근로자 3만8859명이 다치고 317명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조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이라며 입을 모았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사현장 이외에도 간판작업, 가로수 정비, 현수막 부착 등 사실상 모든 산업현장에서 사다리가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현장의 혼란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 유성구 궁동의 번화가 5층 건물. 2층 높이의 건물 외벽에 붙인 8미터 길이의 사다리에 50대 중반의 남성이 발을 딛고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높이 3m, 너비 3m 크기의 대형 현수막을 외벽에 고정하기 위해 이 남성은 4번 사다리를 움직였고 작업은 30분 내외로 끝났다.

현수막 업체 사장인 심모(54) 씨는 사다리 작업 금지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면서 "사다리는 신속성이 뛰어난데 어느 세월에 비계를 설치하고 작업을 하겠느냐"며 "이 정도 높이는 비계로도 어렵고 소형 크레인을 불러야 하는데 1시간당 15만원이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는 다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계도기간 부여 등 개선방안을 빠른 시일내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협소한 작업공간이나 사다리 사용이 불가피한 작업 등을 고려해 고소작업만 금지하거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 고려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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